조해동 / 경제산업부 차장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카드를 만지작거리고 있다. 오는 6월 말이나 7월 초에 나올 ‘하반기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추경 편성 여부, 규모 등을 최종적으로 결정하겠다고 얘기하고 있지만, 8분 능선은 넘은 것처럼 보인다. 정치권에서도 추경 편성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으니 국회 통과 가능성도 크다. 옛 재정경제부 차관을 지낸 ‘예산 전문가’ 김광림 의원이 추경 편성을 여·야가 이구동성으로 촉구하는 것에 대해 “의원 생활 8년 만에 처음 보는 일”이라고 얘기할 정도다.

현행 국가재정법(89조)은 추경 편성 요건에 대해 △전쟁이나 대규모 자연재해가 발생한 경우 △경기 침체, 대량 실업, 남북 관계의 변화, 경제 협력과 같은 대내외 여건에 중대한 변화가 발생했거나 발생할 우려가 있는 경우 △법령에 따라 국가가 지급해야 하는 지출이 발생하거나 증가하는 경우 등으로 규정하고 있다.

현재의 추경 편성 요건은 세출 측면만 고려하고 있을 뿐 세입 측면에 대한 고려는 없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한국 경제는 국세수입이 대규모 결손을 기록하면서 연말이 되면 국세수입 결손에 따른 세출 급감 때문에 ‘재정 절벽’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이런 문제점 때문에 김광림 의원은 최근 세입 경정을 위한 추경이 가능하도록 국가재정법 개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한 법안이다.

개인적으로 현시점에서 추경 편성은 필요하다고 본다. 그 이유는 세출 확대보다는 세입 경정 때문이다. 최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까지 겹치면서 올해 국세수입 결손액이 7조∼8조 원으로 불어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세입 경정을 위한 추경을 하지 않으면 올해도 지난해처럼 연말에 재정 절벽 현상이 발생할 가능성이 짙다는 뜻이다. 세입 경정을 위한 추경을 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국세수입 결손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특정한 해의 국세수입 실적치가 나오기 전에 그 다음 해 예산안이 국회에 제출되기 때문에 어떤 해에 대규모 국세수입 결손이 발생하면 그 후로도 몇 년 동안 대규모 세수 결손이 이어지고 있다.

현시점에서 판단할 때 올해 세입 경정 소요만 해도 7조∼8조 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일부 국책연구기관이 주장하는 것으로 알려진 ‘10조 원 미만의 추경’은 별로 현실성이 없다.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메르스 사태와 직접 관련되는 것에 한정해서 추경을 편성해야 한다는 논리도 별로 설득력이 없다. 거시경제 측면에서만 말하자면, 메르스 사태와 직접 관련된 소요만을 충족시키기 위한 추경은 필요성이 그리 크지 않다. 기왕 추경을 편성한다면 세입 경정뿐만 아니라 메르스 사태와 가뭄 대책 등에 필요한 세출 확대 소요까지 한꺼번에 포괄하는 것이 본격적인 경기 회복을 위해 바람직할 것이다. 원칙적으로 추경은 안 하는 게 좋다. 재정 건전성이 나빠지기 때문이다. 다만, 공무원연금 개혁을 ‘개혁’이라는 말이 무색할 만큼 엉망으로 만들어 놓은 정치권이 추경 논의를 하면서 그동안 재정 건전성에 대해 엄청나게 신경 써온 것처럼 일본의 ‘잃어버린 20년’까지 운운하는 것은 속 보이는 일이다.

haedong@munhwa.com
조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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