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에 이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와 수출 부진 지속 등으로 국내 경제에 빨간불이 켜지자 금융통화위원회가 지난 11일 기준금리를 1.5%로 낮췄다. 사상 최저 금리시대에 들어선 것이다. 시중금리가 내려가면 소비와 투자에 긍정적이고 부채의 상환 부담도 줄어든다. 그러나 저금리에 따른 부작용은 경계해야 한다. 가계부채가 이미 1100조 원에 이른 데다 수도권 주택담보대출도 300조 원을 넘어서 가계부채가 더 늘어나면 자칫 재앙이 될 수 있다.
저축을 통해 노후자금을 마련하거나 금융소득으로 생활하는 사람은 금리 인하로 오히려 소비 여력이 줄어든다. 고정금리나 최저보장이율 상품을 판매한 보험회사나 높은 조달 금리를 안고 있는 공제회도 수익을 내기가 쉽지 않다. 기본적인 수익을 확보해 재정 상태를 건전하게 유지해야 할 대학기금이나 연기금들도 마찬가지다. 국내 채권투자 비중이 높은 국민연금의 운용수익률이 낮아지면 기금의 소진 시점을 앞당긴다.
단순히 목표수익률을 낮춰 수익률 감소를 견딜 수 없다면 투자수익을 유지하거나 높여야 한다. 은행 예금이나 채권 투자 비중을 줄이고 예상 수익률이 높은 국내외 주식 투자와 인프라, 부동산, 벤처, 사모투자펀드(PEF) 등의 국내외 대체투자 비중을 높여야 한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해외투자소득 누적액이 우리나라는 136억 달러 적자인데 비해 일본은 2조902억 달러라고 한다. 일본은 수출이 저조해도 해외 투자자산에서 벌어들이는 배당과 이자소득으로 장기 불황을 견딜 수 있었다. 그러나 일본의 공적연금(GPIF)은 일본 정부가 발행한 국채를 떠안아 온 결과 지나친 국내 채권 투자로 최저 수익률을 기록하며 적립금을 갉아먹고 있다.
위험자산의 증가는 신용·시장·운용·환 위험 등 각종 투자 리스크를 높이기에 간단히 결정할 일은 아니다. 다양한 자산을 운용하고, 투자 리스크를 관리하며, 성과 평가를 통해 피드백 받을 수 있는 견고한 자산운용 체계가 선행돼야 한다. 그런데 개인투자자나 소규모 기금을 관리하는 기관이 자산 운용과 성과 분석 및 리스크 관리를 위한 조직과 인력, 시스템을 갖추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규모의 경제로 효율성을 높이려면 자금을 한 데 모아 운용하는 게 낫다. 펀드가 그 예다.
펀드를 선택하는 일조차 쉽지 않다면 신뢰할 수 있는 기관이 선정한 통합 펀드를 운영하는 주간 운용사가 개별 펀드에 투자하게 하는 펀드오브펀드(fund of funds) 구조가 효율성을 키울 수 있다. 이미 기획재정부가 주관해서 공적 연기금(年基金)을 대상으로 연기금 투자풀을 운용하고 있다. 최근에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증권금융이 민간 공제회와 사립대 적립기금, 기업 사내근로복지기금 등 중소형 민간 연기금 자금을 효율적으로 운용하기 위한 투자풀 사무국으로 지정돼 투자풀을 맡길 운용사를 선정했다.
연기금 투자풀이든 국민연금기금이든 간에 신중한 관리자 원칙에 따라 자산 배분과 운용 및 리스크 관리에 대해 독립적이고 전문적인 의사결정을 해야 한다. 그러나 국민연금기금만 하더라도 보완하고 개선할 점이 많다. 기금 운용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기금운용위원회의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은 메르스 사태 때문에 기금을 돌볼 틈이 없다. 정부 대표로 구성된 당연직은 물론 사용자, 근로자, 지역 가입자 대표, 그리고 전문가도 대부분 자산 운용의 전문성이 부족해 고유 권한인 전략적 자산 배분조차 독자적으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기금운용위원회의 전문성을 보완하기 위해 설치한 실무평가위원회의 구성도 위원들의 소속 단체에서 추천한 위원들로 구성돼 더 나을 게 없다. 기금운용본부는 국민연금공단 내 조직으로 인력·예산·보수 관련 활동에 제약이 많다. 국민연금공단과 함께 지방으로 이전해 고급 전문 인력을 확보하고 유지하기가 쉽지 않으며, 금융 중심 도시와도 멀리 떨어져 있다.
자산 운용과 리스크 관리의 전문화를 위해 기금운용공사의 설립을 고려할 만하다. 기금운용공사에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기금운용위원회에는 사무국을 두고 독립성을 줘야 한다. 그리고 위원회 위원에게는 권한에 걸맞은 참여와 지위를 부여하되, 적절한 교육 등으로 전문성을 보강해 실질적으로 책임을 지도록 해야 한다. 견실한 자산운용 체계가 기금 운용의 안정성과 수익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는 무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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