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환경 개선 시급 환자와 함께 먹고 눕고 생활
원칙없이 드나들어 치료 악영향
인력 부족에 병원측 나몰라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환자 확산에는 우리나라의 잘못된 병원 문화가 하나의 원인으로 작용했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확진자 중에는 가족을 간병하다 감염된 경우가 상당수 발생해 가족 간병 문화를 개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설득력을 얻고 있다.

무엇보다 보호자와 병문안 객이 원칙 없이 드나드는 병실 환경을 바꿔 환자 진료 우선 원칙이 지켜지는 병실을 만들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바이러스, 세균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자들 = 면역력이 약한 환자들이 간병인과 보호자, 병문안 객이 외부에서 묻혀 온 바이러스나 세균 등에 무방비로 노출된 병실 환경을 우선 개선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병실 내에서 간병인들이 1인용 밥솥으로 밥을 지어 먹고 환자용 식사에 제공되는 수저를 따로 챙겨서 사용하는 것은 병원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광경이다. 병원에서 멸균·소독 처리해서 제공하는 환자용 침구를 간병인이 함께 사용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병실 창문이나 링거액 거치대에는 간병인의 빨래가 널려 있어 쾌적한 병실 환경을 해치고 있다.

호흡기질환자 등에게는 치명적일 수 있어 병원 반입이 금지된 배달 음식이나 꽃 등을 병원 내에 반입할 때 전혀 제지하지 않아 환자들이 바이러스나 세균에 무방비로 노출되게 하는 병원들도 상당수다.

◇소음에 무방비로 노출된 환자들 = 병실에 텔레비전, 라디오 등 환자 치료와 관계없는 전자기기들이 비치돼 소음을 유발하는 사례도 많다. 일부 환자 중에는 밤늦은 시간까지 휴대전화로 게임을 하거나 텔레비전을 시청해 다른 환자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도 있다. 통증과 두려움 때문에 밤에 잠을 설쳐 낮잠을 청하려는 환자들은 소음 탓에 낮에도 잠을 이루지 못한다. 이 때문에 한 병실의 환자와 보호자들 사이에 다툼도 적지 않다고 의료진은 전했다. 10여 명의 병문안 객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들이닥쳐 같은 병실의 다른 환자들의 침대에 걸터앉아 서너 시간씩 떠드는 경우도 있다. 큰소리로 찬송가를 부르거나 불경을 외워서 다른 환자들의 치료와 휴식을 방해하는 사례도 있다.

◇병원들은 나 몰라라 = 의료진이 관리해야 할 환자용 의료기기의 관리나 환자 처치를 간병인에게 전가해 환자를 감염에 무방비로 노출시키는 병원들도 있다. 기도삽관술을 받은 중환자의 의료기기 관리를 간병인에게 떠넘기는 병원들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해 간호사 출신인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신경림(새누리당) 의원은 “병원이 담당해야 할 환자 관리가 간호 인력 부족으로 환자 가족들에게 전가되고 있다”며 “간병인과 보호자가 병원의 업무를 대신하는 상황에서 이들에게 면회시간 제한, 소음 규제와 같은 통제를 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유진 기자 yooji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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