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력·예산·연구개발 등 국가적 투자 아끼지 말아야”
“환자 1명이 의료기관 4곳… 의료 문턱 낮아 감염 확산”
“정부와 의료계, 국민 모두 같이 노력해야 다시는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습니다. 사태가 끝났다고 예전 신종 인플루엔자 때처럼 또다시 방역에 대한 관심이 잊어질까 걱정입니다.”
김우주(대한감염학회 이사장)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즉각대응팀 공동단장은 18일 전화통화에서 “신종 감염병에 대한 하드웨어, 인적자원, 매뉴얼 확보, 치료제 개발 비축 등 일대 혁신이 필요하지만 이번 사태가 지나면 모두가 잊을까 걱정된다”고 말했다. 김 단장은 메르스 사태의 원인을 크게 두 가지로 꼽았다. 하나는 방역시스템에서 미리 대처하지 못했던 시스템적인 문제이며, 또 하나는 국내의 의료계 관행을 지적했다.
김 단장은 “그동안 감염병 대응을 위한 인력, 예산, 연구·개발 등에 국가적 투자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꾸준하게 있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아 사건 발생 이후 초기 방역에 실패했다”며 “지난 2002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이나 2009년 신종 인플루엔자 유행 때는 제대로 된 시스템을 갖추지 않고도 운 좋게 넘어갈 수 있었지만, 이번에 완전히 문제점을 드러냈다”고 말했다.
의료 관행과 관련해서는 국내의 의료시스템, 전달체계와 병문안 문화 등의 문제점을 꼽았다. 김 단장은 “메르스가 국내 의료전달체계나 의료 관행, 의료시스템의 민낯을 보였다”며 “그동안 고도성장을 이루면서 의료계도 심장수술이나 성형수술, 이식에서는 훌륭한 업적을 보이고 국제 수준에 올라왔지만, 그 이면에 감염관리·환자 안전에 대해서는 후진성이 상당히 드러났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환자들이 몰리고, 오랜 기간 입원 대기를 하는 것, 음압병실 등이 없다는 사실은 이를 방증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감염관리 시스템은 투자해도 수익으로 연결되지 않는 탓에 의료계에서 제대로 투자하지 않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의료전달체계도 문제로 지적됐다. 김 단장은 “의료 문턱이 낮아서 보통 환자가 4개 정도의 의료기관을 찾아 환자 이동을 통해 감염이 확산된다”며 “또 아픈 환자들은 쉬어야 하는데 병문안이 잦은 점도 개선해야 할 사항”이라고 말했다.
국민들의 성숙한 시민의식도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전병률(전 질병관리본부장)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병원 환경도 중요하지만, 병원을 이용하는 일반 시민들 의식도 개선돼야 할 것 같다”며 “메르스 사태에서 시민사회가 같이 경험했던 우리의 미성숙한 부분들을 이번 기회를 통해 함께 노력해 개선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국민들이 격리를 이행하지 않거나 의료인 가족 등 특정인에 대한 집단따돌림을 문제점으로 지적했다.
전 교수는 “나만 잘되면 된다는 이기주의적인 생각과 행동들이 이번 메르스 사태를 보면서 사회 전반에 팽배했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고 설명했다.
또 국민들이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불확실한 정보를 무분별하게 확산하는 것도 경계했다.
전 교수는 “위기 상황일수록 올바른 정보를 토대로 사회 분위기를 안정적으로 끌고 가야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SNS를 통해 사회를 혼란시키는 일부 사람도 있다는 점을 우리 사회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보건기구(WHO)와 사우디아라비아 질병관리본부 전문가가 조언한 것처럼 정부도 감염병 위험 조짐이 보이면 신속하게 있는 그대로의 상황을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며 “과거 사스, 신종 플루 유행 당시에는 SNS가 없어 정부가 가지고 있는 정보를 국민에게 제공하는 것만으로 국민들이 충분히 상황을 인식할 수 있었지만 현재는 SNS를 통해 국민들이 실시간으로 정보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김 단장은 “물론 보건당국이 실수한 것은 분명하지만, 지금 상황에서는 현재 상황부터 해결해야 한다”며 “정부의 잘못은 나중에 가리더라도 국민들이 시민의식을 통해 메르스 극복이라는 마지막 퍼즐을 맞춰야 한다”고 말했다.
이용권 기자 freeus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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