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거 인멸 의혹 수사이 아시아연맹 사무총장 사임
북중미 이어 ‘핵심 세력’들 폭로…블라터 입지 축소
국제축구연맹(FIFA) 비리 수사와 관련, 제프 블라터(스위스) FIFA 회장이 스위스 검찰에 소환될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블라터 왕국’을 떠받치는 기둥과 같던 아프리카와 아시아, 북중미 대륙 연맹들이 흔들리고 있다. 아프리카축구연맹 회장은 2022 카타르월드컵 개최지 선정과 관련해 돈을 받았다고 털어놨고, 아시아연맹에서는 비리 혐의를 받던 사무총장이 물러났다.
이사 하야토우(카메룬) 아프리카연맹 회장은 18일 프랑스 잡지 ‘죈 아프리카’와의 인터뷰에서 “카타르가 월드컵 개최권을 확보하기 위해 아프리카연맹에 180만 달러(20억 원)를 제공한 적이 있다”고 밝혔다. 하야토우 회장은 “지난 2010년 1월 앙골라 수도 루안다에서 열린 아프리카연맹 총회 직전에 돈이 전달됐다”며 “90만 달러씩 두 차례에 걸쳐 들어왔다”고 털어놨다. 2022년 월드컵 개최지 선정은 2010년 12월에 이뤄졌다.
하야토우 회장은 그러나 “우리가 카타르에 돈을 요구한 건 아니고, 카타르가 아프리카연맹 총회 때 프레젠테이션을 하고 싶다며 먼저 제안했던 것”이라며 잘못이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하야토우 회장은 “카타르가 돈을 준 직후 아프리카연맹 집행위원회를 열고 ‘이번 일은 우리의 결정에 아무런 제약이 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며 “나는 월드컵 개최지 선정 때 특정 국가를 지지하라고 추천한 적이 없고, 회원국은 모두 각자 양심에 따라 투표했다”고 주장했다.
1988년부터 아프리카연맹을 이끌어 온 하야토우 회장은 2002년 유럽축구연맹의 지지를 등에 업고 FIFA 회장 선거에서 블라터 회장에 도전했다 패배한 바 있다.
1992년부터 FIFA 부회장을 맡았고 국제올림픽위원회(IOC) 위원이기도 하다. 블라터와 맞서 싸운 뒤 블라터의 측근이 됐으며 현재 FIFA 수석부회장이다. 2010년 영국 BBC는 “하야토우 회장이 1990년대 월드컵 TV 중계권 계약과 관련해 뇌물을 받았다”고 폭로했고, 2011년 IOC로부터 징계를 받은 전력이 있다.
아시아연맹에서는 다토 알렉스 수사이(말레이시아) 사무총장이 17일 물러났다.
말레이시아 신문 ‘말레이 메일’은 지난 4월 “2012년 아시아축구연맹 직원이 FIFA 조사관에게 ‘수사이 총장이 모하메드 빈 함만(카타르) 전 아시아연맹 회장 관련 감사 서류를 숨기거나 조작하라고 지시했다’고 증언하는 영상을 입수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아시아연맹은 자체 조사 결과 보도 내용에 신빙성이 높다고 보고 수사이 총장을 징계했다. 이와 관련,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은 “수사이의 사임은 대륙 연맹의 비리를 다시 주목하게 만드는 계기”라고 분석했다. 수사이 총장이 ‘보호’하려고 했던 함맘 전 회장은 카타르의 월드컵 유치를 도와달라며 아프리카와 북중미카리브해연맹 축구계 인사들에게 500만 달러를 건넨 의혹을 받고 있다.
한편 북중미 쪽에서는 이미 블라터 회장의 측근으로 미국 당국의 수사를 받고 있는 잭 워너(트리니다드토바고) 전 FIFA 부회장이 “블라터 회장을 포함해 FIFA 비리 관련 폭넓은 정보를 공개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아프리카와 북중미, 아시아는 블라터 회장의 지지기반이다. 이에 따라 이미 사의를 표명한 블라터 회장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으로 보인다. 지난 5월 30일 선거 당시 블라터 회장은 전체 206개 회원국 가운데 133표를 얻었다.
아프리카연맹 회원국이 54개국, 아시아연맹 46개국,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은 35개국 등 3개 대륙이 135표를 갖고 있어, 사실상 이들의 ‘몰표’ 덕에 승리한 셈이었다.
김성훈 기자 tarant@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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