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밀폐실험실에서 연구사들이 도내 각 보건소에서 보내온 메르스 의심환자들의 검체를 실험, 분석하고 있다. 뉴시스
17일 경기 수원시 권선구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 밀폐실험실에서 연구사들이 도내 각 보건소에서 보내온 메르스 의심환자들의 검체를 실험, 분석하고 있다. 뉴시스
국립의료원 의료진 고충아이가 엄마병원 어디냐 물어
학교서 불이익 당할까 말 안해

5일째 12시간씩 방문자 체크
낮되면 무더위에 다리도 풀려


18일 오전 8시 찾은 서울 중구 을지로 국립중앙의료원. 정부가 지정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중앙거점의료기관인 이곳에서 웃음은 찾아볼 수 없었다. 입구마다 약 5명의 의료진이 마스크와 장갑을 낀 채 포진해 있었고, 일반인의 출입은 철저하게 통제되고 있었다. 병원에 방문하는 모든 이들은 입구 앞에서 엄격하게 체온을 재야 했고, 이름과 방문 목적, 들어온 시간 등을 1분의 오차도 없이 기재해야만 방문을 허락받을 수 있었다.

이 모(여·38) 국립중앙의료원 치과위생사는 “5일째 12시간씩 입구에서 방문자들을 체크하고 있다”며 “낮이 되면 무더위에 지쳐서 다리가 풀리기도 하지만, 메르스 확산을 막는 최전선에 서 있다는 생각으로 서로를 다독이고 있다”고 말했다. 한밤중에는 남성 의료진이 딱딱한 의자 몇 개와 무릎 담요 하나에 의지한 채 밤을 새우며 방문자들을 체크하고 체온을 재고 있다고 한다. 메르스 확산이 시작된 지 한 달이 다 돼가는 만큼 모든 의료진의 얼굴에 고단함이 묻어났다.

지금까지 국립중앙의료원에서 치료를 받은 메르스 환자는 총 16명. 2명이 완치돼 퇴원했으며 3명이 사망했다. 지금도 11명의 메르스 환자를 집중 치료하고 있으며, 한 명이라도 더 많이, 한 시라도 더 빨리 환자를 완치시키기 위해 100여 명의 의사와 300여 명의 간호사가 소리 없는 전쟁을 치르고 있다.

특히 국립중앙의료원은 30일 전 발병한 1번째 메르스 환자를 치료 중인 곳이다. 즉 지난 30일간 메르스의 역사를 함께한 것이다.

노동환 국립중앙의료원 의료진은 “사우디아라비아에서도 1번째 환자는 상태가 악화되면서 결국 사망했다”며 “그래도 우리나라는 1번째 환자를 끝까지 지켜내고 있다는 것을 통해 국민들이 우리 의료진을 믿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1번째 환자를 지켜내는 것은 우리 의료원의 가장 큰 사명이자 가장 큰 임무”라며 “주치의 선생님은 1주일 동안 퇴근도 못한 채 오직 정신력만으로 피로와 격무를 이겨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원 관계자는 “우리도 가족이 있고 아이가 있는 사람들인데 어떻게 두렵지 않을 수 있느냐”며 “어제는 8세 딸아이가 메르스에 걸리지 말라며 울면서 전화를 해 한동안 눈물을 참느라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간호사는 “유치원에 다니는 아이가 엄마가 일하는 병원이 어디냐고 묻는데 대답을 해줄 수 없었다”며 “혹시라도 엄마가 메르스 의료진이라는 이유로 아이가 불이익을 볼까 그것이 더욱 두렵다”고 토로했다.

한편 응급실에서 환자를 진료하다 메르스에 감염돼 격리 병동에 입원 중인 의사 (35번째 환자)에 대한 동료 의료진의 응원도 잇따르고 있다. 삼성서울병원 관계자는 “35번째 의사의 쾌유를 비는 게시판이 따로 만들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김다영 기자 dayoung817@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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