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드시 살려야 한다.’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극복을 위해 사투(死鬪)를 벌이는 의료진이 격리 병동 벽마다 붙이거나 매일 되뇌며 각오를 다진다는 명제다. 국내 첫 메르스 환자가 지난달 20일 확진된 이후 거의 한 달이 된 18일 오전 현재 사망 23명에 확진 165명에 이른 상황에서 이들의 피로도는 한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와의 전쟁’ 최일선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버티는 의료진에 대해 각별한 격려와 지원이 필요한 때다.

메르스 의료진의 노력은 눈물겨울 정도다. ‘국가지정 메르스 치료병원’으로, 첫 환자를 비롯해 확진 환자들만 입원해 있는 국립중앙의료원의 경우, 군대의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의사들의 하루 평균 수면 시간은 2∼3시간에 불과하고, 환자 상태가 좋지 않을 때는 밤을 꼬박 새우는 일도 다반사라고 한다. 세계보건기구(WHO)가 메르스 환자를 진료하는 의사들에게 권고하는 D등급 보호 장비인 마스크, 고글, 긴소매 가운, 장갑 등에 공기정화장치까지 달린 C등급 장비로 무장하는 데만 40분이 걸린다. 의사들은 “혼자 힘으로는 벗을 수도 없는 무겁고 무더운 보호 장비를 착용한 채 진료하면서 이리 저리 뛰다 보면 30분만 지나도 땀 범벅으로 파김치가 된다”고 토로한다. 그러면서도 “감염보다 두려운 것은 환자를 살리지 못하는 것”이라고 걱정한다.

간호사들도 마찬가지다. 40여 명이 긴장과 과로 속에 교대로 하루 24시간 병실을 지키는 일이 반복되면서 “보호 장비를 갖추고 2∼4시간씩 병실에 들어가 환자를 돌보고 나오면 어질어질하다”며 “장기전이 되면서 지쳐간다”고 한다. 이런 현실은 전국의 메르스 치료병원 16곳 모두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일각에선 메르스 의료진 자녀의 학교 등교마저 막는 몰지각한 행태까지 보인다. 오죽하면 추무진 대한의사협회 회장이 지난 12일 범정부메르스대책회의에 참석해 “의사를 부모로 뒀다는 이유로 등교 자제를 요구받는 어처구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촉구했겠는가. 정부는 군의관과 간호 장병을 포함해 전국 의료진을 순차적으로라도 보완·대체 인력으로 동원하는 방안 등 전방위 대책을 서두르고, 국민도 이들의 노고를 적극 성원해야 한다.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