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원 / 고려대 교수·경영학

정부는 17일 청년과 장년 간의 상생 고용을 위해 임금피크제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내년 정년 60세 연장으로 청년 고용절벽이 심해질 우려가 있어 청년고용을 위한 재원 마련을 위한 임금피크제 도입이 불가피하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특히, 이목을 끄는 것은 정부가 노조 동의 없이도 취업규칙을 변경해 임금피크제를 도입할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놓은 점이다. 취업규칙은 채용·인사·처우·해고 등과 관련된 회사의 규칙인데, 근로기준법은 이 취업규칙을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변경할 경우에는 노조나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임금피크제를 도입하면 중장년층 근로자의 임금이 정년까지 순차적으로 삭감되므로 근로자에게 불이익하게 변경된 것으로 보아 법에 따라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 것으로 일반적으로 해석한다. 하지만 정부는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이 ‘사회 통념에 비춰 합리성이 있으면 노조 동의 없이도 예외적으로 인정한다’는 대법원 판례를 근거로 노조 동의 없는 임금피크제 도입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즉, 근로자는 정년연장에 따른 사실상의 이익이 있으므로 사용자가 임금 체계를 합리적이고 적정하게 설계하고 근로자 집단의 동의를 받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으나 노조의 거부로 합의하지 못한 경우에는 사회 통념상 합리성 여부에 따라 변경된 취업규칙의 효력이 인정될 여지가 있다고 본 것이다.

하지만 정부가 법적 효력이 미약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근로자 과반수 동의 없이 임금피크제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점에 대해 현재 노조 측은 총파업을 공언하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간기업이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과반수 근로자의 동의 없이 취업규칙을 바꿀 경우 근로자가 반발해 결국은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임금이나 연장근로 수당 논란 때도 정부의 지침과는 다른 법원의 판결로 인해 노사관계의 혼란을 겪은 경험이 있는데, 임금피크제의 경우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따라 민간기업이 이를 시행했다가 법원의 판결이 다르게 나올 경우 산업 현장의 혼란이 예상된다.

정부는 임금피크제를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고 6월 말까지 각계 의견 수렴을 거쳐 임금 체계 관련 불이익 여부와 사회 통념상 합리성 판단 등에 대한 구체적 판단 기준을 정리할 계획이라고 한다. 노사정은 임금·근로시간·고용 등 노사관계의 모든 현안을 두고 빅딜을 목표로 노력하다가 실패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만을 주제로 삼고 스몰딜을 통해 노사정의 의견을 모으는 노력을 하는 것도 좋을 것이다. 임금피크제와 정년연장만을 테이블에 올려놓고 협상을 한다면 이슈가 덜 복잡하고 정년연장이 시행되는 내년까지로 시한이 정해진 협상이어서 오히려 긍정적인 결과를 거둘 가능성도 있을 것이다.

사실 오늘날의 갈등은 2013년 정년연장을 위한 법안의 국회 통과 시 정년 연장에 따른 임금피크제 도입을 명시하지 않고 ‘정년연장 사업장은 임금체계 개편 등의 조치를 하도록 한다’는 애매한 표현을 사용한 것이 불러일으킨 것이다. 어쨌든 정년연장으로 인한 청년고용의 악화를 방지하기 위해 임금피크제는 청년층과 중장년층의 세대 간 상생을 상징하는 가장 바람직한 대안 중 하나다. 임금피크제의 확대 실시가 현장 노사관계의 혼란 없이 청년고용 해소에 도움이 되는 방안이 되도록 노사정은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자세로 대화에 나서기를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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