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 전쟁을 원하는가 / 한다 시게루 지음, 조홍민 옮김 / 글항아리

일본은 전쟁을 할 것인가?

30여 년간 일본 방위문제에 천착해온 한다 시게루(半田滋) 도쿄신문 논설위원의 답은 ‘조건부 Yes’다. “아베 신조(安倍晋三) 정권이 길게 지속되면 지속될수록, 가능성은 높아진다. 헌법 9조를 무력화함으로써 자위대가 국내외에서 무력행사를 할 명분을 만들기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에 편승해 자위대가 폭주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저자는 아베 총리가 ‘혹시~ 하면’, ‘가령~ 하면’ 식으로 있지도 않은 위기를 부추겨 ‘전쟁을 할 수 있는 일본’으로 몰고 가고 있다며 현재 상황을 ‘총리에 의한 쿠데타’로 규정했다.

저자의 요지는 이렇다. 현재 일본 주변에 절박한 위협은 없다. 일본이 타국을 침략할 일도 없다. 군사력 강화를 서두르는 중국, 핵 개발을 추진하는 북한이 있지만 동아시아는 비교적 안정을 유지하고 있다. 센카쿠(尖閣)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분쟁이 있지만 중국이 영유권 분쟁을 본격적인 전쟁으로 발전시킨 전례는 거의 없다. 북한 역시 자멸로 이어질 전쟁에 돌입할 정도로 무모하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아베 총리는 안보 환경이 악화되고 있다는 이유로 국민의 불안을 키우고 헌법 해석을 변경해 집단적 자위권 행사를 용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아베의 세계는 공상, 위험한 공상의 세계이며, 입헌주의를 교묘하게 파괴하는 블랙 코미디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아베 정권이 곧 집단적 자위권 행사의 구체적 내용을 담은 안보 관련 법안을 완성할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 책은 상당히 유용하다. 아베 총리의 노림수가 무엇인지, 아베 정권 출범 후 일본에서 논의가 어떻게 이뤄졌고, 어떤 조치가 진행됐는지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다. 집단적 자위권 용인을 위한 시도들, 무기 수출의 해금, 일본판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창설, 국가안전보장기본법 논의 등 보통국가로 가기 위한 작업들의 과거와 현재가 담겨있고, 각각의 작업들이 구체적으로 어떻게 진행됐는지도 보여준다. 예를 들어 헌법 9조 무력화의 경우 처음에 법률 초보자를 모아 간담회를 조직하고, 이들이 제출한 보고서를 바탕으로 내각이 헌법 해석을 바꾸는 식으로, 겉으로는 자연발생적인 것처럼 꾸몄다. 아베 정권의 움직임을 단발성 뉴스로 접하는 우리 독자들에겐 이들이 어떤 맥락에서 나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지 전체적인 흐름을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아베 정권의 전쟁국가화 움직임이 일본인들에게도 저지해야 할 공포라는 일본 내부의 시선과 내부 비판의 논거를 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있다. 저자는 아베 총리가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를 내걸고 무장화하려는 시도는 일본 국민의 희생을 담보로 한 위험한 모험이라고 했다. 정상적인 미·일 동맹 관계를 위해 집단적 자위권을 행사해야 한다는 논리 역시, 미국의 전쟁에 미국 젊은이 대신 일본 젊은이를 내보내는 것으로, 헌법 9조를 바꾸겠다는 것은 일본인을 위한 강력한 방파제를 스스로 파괴하려는 것이라고 비판한다. 일본의 적극적인 군사 역할 역시 미·일 안전보장조약에 규정된 미국의 일본방위 의무와 일본의 기지제공 의무라는 쌍방의 의무를 무너뜨리는 것으로 미·일 상호방위 의무가 실현되면 일본의 기지제공에 대한 재검토 요구가 일어나 결국 미·일 동맹을 저해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베 정권의 ‘전후 체제로부터의 탈피’는 결국 번영된 새 세계가 아니라 국민을 희생으로 삼은, 파괴적인 전전(前戰)시대로 몰아넣는 것이라고 저자는 강력 비판한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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