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의 역설 / 이언 모리스 지음·김필규 옮김 / 지식의 날개

책의 원제는 ‘War! What Is IT Good For?(전쟁! 도대체 무엇에 이롭단 말인가?)’이다. 1970년 미국 베트남전쟁 당시 대표적 저항곡으로 불렸던 에드윈 스타의 곡 ‘워(War)’에서 따왔다. 노래는 전쟁이 ‘Absolutely Nothing!(아무짝에도 쓸모없다!)’이라고 외친다.

그러나 ‘왜 서양이 지배하는가’로 잘 알려진 저자 이언 모리스(역사학) 스탠퍼드대 교수는 전쟁이 인류에게 평화와 번영을 선물했다고 말한다. 제목은 역설인 셈이다. “전쟁은 큰 관점에서 봤을 때 인류에게 이로운 존재”라는 그의 주장은 확실히 위험하고, 도발적이다. 6·25전쟁의 상흔이 아직 남아있는 한국으로서는 더욱 그렇다. 그럼에도 저자는 한국어판 서문에서 한 번 더 강조한다. “대한민국은 전쟁의 산물이다. 제2차 세계대전이 없었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이 논란적 주장의 첫 근거는 전쟁으로 인해 오히려 살인이 줄었다는 것이다. 전쟁은 승자가 패자를 복속시키는 방식으로 더 크고 조직화된 사회를 만든다. 이 사회를 통치하기 위해 강력한 정부가 등장하면서 내부 폭력이 통제된다. 20∼30명이 모여 살던 석기시대에는 10∼20%가 살인으로 목숨을 잃었다. 사적인 복수나 마을 간의 시비로 무력 다툼이 일어나면 막을 방도가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2015년 현재는 전쟁 사망자를 포함하더라도 그 비율이 1%에도 미치지 못한다.

저자는 또한 “전쟁은 평화로운 사회를 만들기 위한 최악의 방법이지만, 인류가 찾아낸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고 주장한다. 현실적으로 무력이 아니고선 인간은 다른 사람을 죽이는 것을 포함한 자유를 포기하지 않으려 한다는 것이다. 그의 논리는 연쇄 살인마의 살육을 막는 방법은 토론이 아니라 공권력을 통한 무력이란 사실을 상기시킨다. 역사적으로도 100여 년 전 세계경찰역을 자임하던 영국이 힘을 잃어가는 과정에서 세계대전이 연달아 벌어졌다. 결과론적이긴 하지만 통제력을 가진 정부 혹은 국가가 나타나면서 지구촌 인구는 꾸준히 증가했고, 이를 통해 전반적인 경제 발전이 이뤄진 사실을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모리스 교수는 앞으론 전쟁이 이롭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본다. 그동안의 전쟁은 나름 생산적이었지만, 향후 40년은 인류 역사상 가장 위험한 시기가 될지 모른다. 특히, 기술의 발달로 무기는 강력해지고 있다. 핵무기를 사용한다면 선사시대만큼의 살상이 이뤄질 것이다. 이런 전쟁은 파괴와 동시에 더 큰 것을 창조했던 과거와 달리 모든 것을 파괴하고 마는 최악의 수단이 될 수 있는 게 저자의 결론이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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