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디스오더 / 래리 D. 로젠 외 지음, 송해룡 옮김 / 성균관대 출판부
공익광고 중에 가장 많은 건 흡연과 환경보호다. 최근 한 가지가 더 추가됐다. 바로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경고다.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든 말든, 언제 어디서나 고개를 처박고 스마트폰을 향해 묵념 자세로 일관하는 게 요즘 우리들의 모습이다. 고개를 들자, 묵념은 필요할 때만 하면 된다.
기술심리학의 개척자인 래리 D. 로젠은 ‘아이디스오더(idisorder)’란 개념을 통해 이런 우리들의 모습을 비춰 본다. 아이디스오더란 디지털 시대에 생겨난 각종 부작용을 말하는데, ‘테크놀로지와 미디어에 연결된 삶 속에서 겪게 되는 새로운 유형의 장애나 정신적 질환’을 일컫는다. 스마트폰, 소셜네트워크, 온라인 게임 등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는 현대인에게 이런 강박과 불안증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니다. 예를 들어 스마트폰을 집에 놓고 와 내 손안에 없을 때 불안하다면 아이디스오더다. 공부나 업무 중에 습관적으로 5분마다 한 번씩 새로운 문자를 확인한다면 아이디스오더다. 문자를 보내느라 앞을 보지 않고 걷다가 넘어지거나 화제가 된 유튜브 동영상의 소녀처럼 분수에 빠질 뻔했다면 틀림없는 아이디스오더 환자다.
인류에게 새로운 테크놀로지의 등장은 늘 행동방식이나 지각 그리고 문화에 걸쳐 커다란 변화를 몰고 왔다. 볼프강 시벨부시가 ‘철도 여행의 역사’에서 말했듯 철도여행이 등장한 후에야 인간은 파노라마처럼 펼쳐지는 풍경을 지각할 수 있게 되었다. 디지털 기기 역시 인간의 행동양식이나 습관에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이 책은 특히 그 역기능, 사람들이 어쩌다 디지털 기기에 대한 통제력을 잃어버렸는지 그래서 결과적으로 나타난 증상들에는 어떤 것이 있는지를 살핀다. 강박적 기술 이용, 기술 중독, 사이버 우울증, 멀티태스킹 장애부터 미디어가 만든 외모집착이나 관음증까지 열 가지 아이디스오더 증상을 살피고, 해결 방안까지 제시한다. 현황과 문제점에 대한 접근뿐 아니라 실제적인 대처 방안까지 제시하고 있어 연구서와 실용서의 성격을 동시에 지닌 책이다.
저자인 로젠은 1980년대 컴퓨터 공포증을 연구한 이래, 인터넷이 대중화된 1990년대 중반에는 기술 스트레스를 극복하는 방법에 관해 책을 썼고, 20세기 말부터 모바일 기술이 가져온 변화에 주목하고 있다. 이 연구를 위해 750명의 성인을 대상으로 모바일과 인터넷 환경에서 느끼는 심리적 장애를 테스트했다. 결과는 경악할 만한 수준이었다. 휴대전화 통화, 문자메시지, 이메일 중에서도 특히 10대와 20대의 60% 이상이 문자를 확인하지 않으면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실제로 한 대학에서 일주일 동안 소셜 미디어를 사용하지 않는 실험을 했지만 결과는 실패였다. 단지 10% 정도의 학생만이 이를 지켰을 뿐이다.
이런 중독 증세는 다양한 심리적 문제를 낳는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중독자들은 자아도취적 성향이 강한 편으로 진정한 관계를 맺지 못한 채 단지 과시를 위해 ‘트로피 친구’들을 자랑하기 바쁘다. 심지어 휴대전화 수신이 어려울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여행을 포기하는 경우도 생겨난다. 이렇게 메시지를 놓칠까 조바심을 내는 심리적 증상은 사회에서 배척당할지 모른다는 두려움으로 ‘포모증후군(fear of missing out)’이라 한다. 심지어 내 휴대전화가 울린 것 같은 환청에 시달리는 ‘유령진동증후군’도 있다. 이런 중독은 약물이나 알코올 의존증과 같은 기제를 지닌다. 또 우울증이 있는 사람이 부정적 댓글을 볼 경우 자살을 선택하는 것처럼 아이디스오더가 심각한 결과를 낳기도 한다. 전 국민의 83.6%가 인터넷을, 만 6세 이상 인구 중 78%가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우리로서는 저자의 문제의식에 공감할 수밖에 없다.
한미화<출판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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