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제작사는 왜 PPL을 유치하나? = 외주제작사가 제작비를 충당하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다. 16부작 외주제작 드라마는 회당 평균 4억∼5억 원가량의 제작비가 투입된다. 하지만 방송사에서 주는 제작비는 편당 2억 원 미만이다. 50%도 되지 않는다. 제작사들은 PPL과 해외 판매 등을 통해 나머지를 채운다. 최근 중국과 일본 판권 금액이 하락하며 PPL은 더 중요한 수입원이 됐다.
◇PPL을 통해 얻은 수익은 누가 갖나? = 드라마가 끝나며 TV 하단에 등장하는 광고 바(bar)를 판매해 얻은 수익은 광고대행수수료를 제하면 제작사로 귀속돼 제작비로 쓰인다. 반면 드라마 중 물품 노출 등을 통해 이뤄지는 PPL은 광고대행수수료와 방송발전기금 등을 제한 후 제작사와 방송사가 일정 비율로 나눈다.
◇드라마 전후에 노출되는 광고판매금은 누가 갖나? = 100% 방송사의 몫이다. ‘프로듀사’의 광고 완판 기사가 나와도 제작진이나 출연진에 돌아오는 몫은 없다. 70분물 드라마 한 회의 광고가 완판되면 방송사는 4억 원 안팎의 광고비를 받게 된다. 제작비로 편당 2억 원을 지급했다면 방송사는 광고비로만 매회 2억 원씩 챙기는 셈이다.
◇PPL은 어떻게 드라마에 노출되나? = 작가의 역량이 중요하다. 어떤 물품이 PPL 제안이 들어올지 모르기 때문에 작가들은 이에 따라 대본을 적절히 수정한다. 드라마 사전제작시스템 정착이 어려운 이유 중 하나가 바로 PPL 때문이다. 드라마의 인기가 높으면 PPL이 몰려 시의적절하게 PPL을 소화하기 위해 드라마가 생방송에 버금하는 형태로 제작되곤 한다.
◇PPL을 잘 소화하면 유능한 작가다? = 맞는 말이다. PPL 제안이 많다는 것은 드라마가 재미있거나 스타가 나온다는 의미고, 작가의 필력이 좋다는 뜻이다. ‘상속자들’과 ‘시크릿가든’을 쓴 김은숙 작가와 ‘프로듀사’와 ‘별에서 온 그대’를 집필한 박지은 작가 등이 대표적이다. 예를 들어 ‘시크릿가든’에서 김 작가는 PPL에 참여한 카페의 카페라테를 활용해 일명 ‘거품키스’ 열풍을 일으켰다. 얼마나 자연스럽게 PPL을 드라마 속에 녹이느냐가 관건이다.
◇대표적인 드라마 PPL 물품은? =‘4C’가 드라마 제작사들의 ‘믿는 구석’이다. 자동차(car), 카페(cafe), 휴대전화(cellphone), 화장품(cosmetics)은 현대극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기 때문이다. 이런 물품은 브랜드를 홍보하기보다는 출연 배우가 직접 제품을 쓰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하므로 PPL 단골손님이다. 외주제작사들이 4C를 PPL로 활용할 수 없는 사극 제작을 꺼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PPL 단가, 어느 수준인가? = 주인공의 직업군으로 등장하는 메인 협찬사는 드라마 편당 3억∼5억 원을 지급한다. ‘시크릿가든’의 백화점이나 ‘가면’의 의류 브랜드 등이 이에 해당된다. 자동차나 휴대전화의 경우 현금 지원은 1억 원 안팎이고 현물을 제공한다. 메르세데스-벤츠는 ‘별에서 온 그대’에 PPL을 의뢰해 극 중 배우 전지현이 탔던 차량이 ‘붕붕이’라 불리며 큰 인기를 얻었다. 이 외에 개별 물품의 경우 1, 2회 정도 노출하는 대가로 제작사에 3000만 원 안팎을 지불한다.
◇PPL, 드라마의 독인가? = 꼭 그렇지는 않다. PPL이 있어 드라마 시장이 움직이고, 의외의 경제적 효과까지 거둘 수 있다. 한국 드라마 수출이 늘어나며 한국의 제품과 문화를 알리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별에서 온 그대’가 중국에 ‘치맥(치킨+맥주)’ 열풍을 일으키며 한국 치킨 브랜드의 수출길을 넓히기도 했다. 또한 드라마 ‘미생’은 커피믹스, 복사지 등 드라마 속 설정과 부합되는 PPL로 긍정적 이미지를 만들기도 했다. 결국 PPL은 드라마의 독이 아니라 잘 다뤄야 하는 ‘양날의 칼’이라 할 수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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