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감염병 경보 시스템 부재6년전 세계 덮쳤던 신종플루땐
76만명 감염되고 263명 사망
말로만 보건혁신…‘無備有患’

메르스 환자 발생 열흘후에야
중앙본부 구성, 골든타임 놓쳐
뒤늦은 정보공개로 불신·불안
중앙정부·지자체 불통도 여전


지난 5월 20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이 국내에 최초 발병한 이후 초기 대응 실패와 컨트롤타워 부재 등의 문제가 지적되는 가운데 이미 지난 2009년 신종 플루 등 대규모 감염병 유행을 겪었으면서도 교훈을 얻지 못한 채 똑같은 실수를 반복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심지어 신종 플루는 공기 감염으로 메르스보다 확산력이 큰 감염병이었고, 이로 인해 사회 전체가 혼란을 겪은 바 있지만, 정부의 감염병 관리대책 등은 전혀 개선되지 않았던 것이다.

◇반복된 감염병 = 6년 전인 지난 2009년 5월 인플루엔자바이러스 A형 H1N1 아종의 변종인 일명 ‘신종 플루’가 전 세계를 강타했다. 멕시코에서 처음 발병한 신종 플루는 환자와 밀접한 접촉을 통해 감염되는 메르스와 달리 공기를 통해 전염됐다. 지금은 ‘보통 감기’로 전락한 신종 플루지만 발병 당시만 해도 1년여 동안 전 세계적으로 160만 명 이상이 감염됐고, 1만90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국내에서만 76만 명의 환자가 발생했고 263명이 사망했다. 전염 속도로만 따지면 신종 플루와 메르스는 비교조차 되지 않는다. 신종 플루의 경우 지난 2009년 8월 15일 국내에서 첫 사망자가 나온 이후 약 5개월간 공식 확진 환자만 74만835명에 달했다. 하루평균 5000명이 감염됐고 매월 5명꼴로 사망자가 속출했다. 신종 플루 이전에도 비슷한 위기는 있었다. 2003년 중국 등 인접국가에서 발생한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사스) 바이러스 역시 국내로 전파되며 전 국민을 공포에 떨게 했지만, 다행히도 국내 감염자는 3명에 그쳤다.

◇초기 대응 실패와 컨트롤타워의 부재 = 정부의 이번 메르스 대응 조치 수준은 과거 감염병이 발생했을 때보다도 오히려 후퇴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009년 신종 플루 사태 당시 정부는 곧바로 컨트롤타워를 마련하고 확진 환자 발생 시 강도 높은 격리 조치를 했다. 지역사회 전파를 막기 위해 학교 휴업, 감염자 차단, 손 소독제 비치, 위험국 출입국 및 수입 규제, 발열 측정과 검역 강화 등 관련 조치를 발 빠르게 했다. 2003년 사스 사태 때도 당시 고건 국무총리는 국내 환자가 발생하기 전부터 종합상황실을 설치하고 긴급 관계부처 차관회의를 여는 등 대비를 했다. 그러나 현 정부는 첫 메르스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2주가 지나서야 뒤늦게 긴급 관계부처 장관회의를 열었다.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중앙메르스관리대책본부는 첫 확진자가 나온 후 열흘이 다 돼서야 구성됐다. 보건 당국의 오판 역시 재앙을 키웠다. 당국은 메르스의 전염력을 과소평가했고 이는 느슨한 통제로 이어졌다. 첫 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에 대해 자가격리 조치를 내리다 예상과는 달리 감염자들이 속출하자 고위험군 밀접 접촉자들에 대해 시설격리를 했다.

검진기법에 대한 문제점 역시 지난 신종 플루 사태에서 이미 드러났지만 또다시 반복됐다. 새누리당 메르스비상대책특위 소속인 신의진 의원이 보건복지부로부터 제출받아 8일 공개한 ‘2009∼2010 신종 인플루엔자 대응 백서’(2010년 7월 발간)에는 “검진 지연을 막기 위해 전국적으로 통일된 검사기법에 의한 진단체계 구축을 위해 진단 및 연구 인프라 확대 및 이를 위한 전폭적인 예산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그러나 이번 메르스 사태 때도 정부는 질병관리본부에만 확진 권한을 줘 감염자나 감염 우려자에 대해 신속히 조치할 수 있는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뒤늦은 정보공개가 키운 국민 불안 = 지난 사스 사태와 신종 플루 사태 당시 정부는 확진자가 나온 병원을 곧바로 언론에 공개했다. 6년 전 이미 정보공유에 대한 문제 제기가 이뤄졌지만, 정부는 이번 메르스 사태 때도 병원 정보 등을 ‘사회 혼란을 부추긴다’는 이유로 비공개했다.

5년 전 발간된 백서에도 ‘중앙인플루엔자대책본부와 지방자치단체의 방역대책본부, 일선 보건소 간의 정책 결정 관련 의사소통 및 정보공유가 미흡하다’며 중앙정부, 지자체 등 기관 사이의 소통 문제가 제기됐다. 그러나 정부는 지자체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지 못하다 서울시·성남시 등 지자체가 병원 정보를 공개하자 여론에 떠밀려 뒤늦은 공개를 해 지자체와 불협화음을 냈다.

◇‘말뿐인’ 보건 혁신 = 정부는 지난 신종 플루 사태를 겪으면서 보건 혁신을 다짐했다. 그러나 이번 사태 때도 정부의 보건 시스템은 크게 다르지 않았다. 당시 백서에는 역학조사관 등 전문인력 확충도 5년 전 개선점으로 제시됐지만, 현재도 여전히 시행되지 않고 있는 상태다. 지금도 국내 역학조사관은 34명에 불과하며 이 중 2명을 제외한 32명은 공중보건의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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