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이러스가 비행기를 타고 이동하면서 실시간으로 진화하고 있다. 2012년 이후 현재까지 세계 각국에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으로 520명 이상이 사망했고, 우리는 지금도 사투 중이다. ‘바이러스 사냥의 인디애나 존스’로 불리는 미국 생물학자 네이선 울프의 경고는 심각하다. 조류 독감의 치사율을 지닌 바이러스와 돼지 독감의 확산력을 지닌 바이러스가 결합한다면 ‘바이러스 폭풍’이 불어닥칠 수 있다는 것이다. 동시에 울프는 인류가 첨단기술과 빅데이터를 활용하면 바이러스 폭풍을 막아낼 수 있다는 낙관적 전망을 내놓았다.(‘바이러스 폭풍’, 김영사)
영국 산업혁명 당시 광부들은 카나리아 새장을 들고 지하 갱도로 내려갔다. 카나리아는 거주지나 고유한 행동습관 때문에 메탄·일산화탄소에 매우 민감하다. 카나리아가 가스 때문에 노래를 그치면, 광부들은 탄광에서 탈출했다. 선진국의 질병 분야 전문가들은 ‘탄광의 카나리아’처럼, 바이러스 침범에 민감하거나 가장 먼저 감염되는 사람(파수꾼) 20여 명을 찾아냈고, 이들을 집중적으로 관찰하고 있다.
한국의 메르스 사태가 진정 국면에 들어선 만큼 국민은 정상적 소비 활동을 재개해야 한다. 앞으로 우리만의 카나리아를 찾아내고, 다차원적인 질병 예보 체제를 구축해야 국민이 안심하고 경제활동에 매진할 수 있다. 감염병 전문 인력과 역학 조사관 등을 늘리고, 좀처럼 예측하기 힘든 세계 바이러스의 흐름을 시시각각 감시하면서 ‘바이러스 예보관’ 역할을 할 정예 요원을 확보해야 한다. 기상학자들이 허리케인의 진로를 예측하듯, 슈퍼컴퓨터와 빅데이터 등을 활용하면 신종 바이러스의 유입을 예측할 수 있다. 전염병 발생 패턴, 지역, 시기, 성별·연령별 증상 등 입체적 분석이 이루어지면 바이러스 유입시기와 속도, 초기 전파지역 등을 어느 정도는 예상할 수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은 지난해 말 기준으로 진료 내역 등 무려 1조5669억 건의 국민 건강 정보를 축적해놓고 있다. 국민 1인당 정보 건수가 3만 건에 이른다. 우리는 방대한 공중보건 자료 등 빅데이터와 한국의 강점인 정보기술(IT)을 최대한 활용하면서 국제사회와 협력해 지금보다 신속하게 바이러스에 대응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예보가 조기에 발령되면, 현장 중심의 재난 의료 시스템이 강력한 집행력으로 실행돼야 함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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