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공공기관서 금지” 목소리 커져
오바마, 찰스턴 추도연설 계획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인종 증오범죄 상징으로 떠오른 ‘찰스턴 총기 난사’ 희생자 장례식에 전격 참석하기로 했다. 그는 금기단어인 ‘검둥이(nigger)’ 표현까지 사용하면서 백인 우월주의에 대한 분노감을 표출했다. 미국에서는 남부 주들의 일부 공공기관 건물에 지금도 버젓이 휘날리는 남북전쟁 당시의 남부연합기를 내려야 한다는 목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22일 오후 백악관은 오바마 대통령 부부가 조 바이든 부통령과 함께 사우스캐롤라이나 주 찰스턴 총기 난사 사건에서 숨진 클레멘타 핀크니 목사의 장례식에 참석한다고 밝혔다. 찰스턴 칼리지의 TD 아레나에서 오는 26일 오전 11시에 열리는 장례식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추도 연설에 나설 계획이다. 1816년 노예들이 세웠던 미국 최고(最古) 흑인 교회인 이매뉴얼 아프리칸 감리교회에서는 지난 17일 백인우월주의자 딜런 루프(21)가 성도들에게 총격을 가해 핀크니 목사를 포함해 9명이 사망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한 번도 찰스턴을 찾지 않았다. 찰스턴은 과거 흑인 노예시장이 번성했던 슬픈 역사의 현장이다. 1861년 남북전쟁의 시초가 됐던 섬터요새 전투가 발발한 곳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는 대통령에 오르면서 찰스턴을 잊지 않았다. 미국 역사상 최초의 흑인 대통령이 탄생한 2008년 대선 승리의 밤에 그는 시카고 그랜드 파크에 모인 군중들에게 “우리의 선거는 워싱턴의 홀에서 나오지 않았다. 그것은 드 모인(아이오와주 주도)의 뒤뜰과, 콩코드(뉴햄프셔주 주도)의 거실 그리고 찰스턴의 현관에서 시작됐다”고 외쳤다.
격앙된 오바마 대통령의 감정은 ‘검둥이’ 단어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그는 21일 코미디언 마크 마론의 팟캐스트 인터뷰에서 “미국은 인종주의를 극복하지 못했다”며 “그것은 단순히 공개석상에서 ‘검둥이’라고 말하는 무례함을 넘는 범위의 것”이라고 밝혔다. 오바마 대통령은 “내가 태어난 이후 인종에 대한 태도는 분명히 개선됐지만 노예 제도의 유산은 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고 여전히 우리 유전자(DNA)를 통해 이어져 오고 있다”고 말했다. 검둥이 표현은 미국사회에서 금기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거침이 없었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에서 “오바마 대통령이 그 단어를 사용한 이유는 명백하다”며 “대통령은 전혀 후회하지 않고 있고 반응에 대해서도 놀라워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찰스턴 총기난사 사건 외에도 그동안 미국에서는 백인 경찰관들의 흑인 대상 총격 사건이 끊이지 않았었다.
한편 니키 헤일리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지사는 22일 기자회견을 열어 남부연합기를 주의사당 같은 공공장소에서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AP, AFP통신 등 현지언론에 따르면 공화당원인 헤일리 주지사는 “깃발이 우리 과거의 일부이지만 미래를 상징하지 않는다”며 “주의사당 구내에서는 그 깃발을 내릴 때”라고 말했다. 남부연합기는 남북전쟁(1861∼1865) 때 노예제 존치를 요구한 남부군이 사용한 깃발이다.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사우스캐롤라이나 주의회는 지난 1962년부터 의사당 돔 지붕에 남부기를 게양했다. 그러나 전국흑인지위향상협회(NAACP)를 비롯한 민권 운동가들의 격렬한 반대운동 때문에 게양대는 2000년 지붕에서 의회 구내의 앞마당으로 옮겨졌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jklee@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