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사회 제재 피해 ‘외화벌이’
2005년 돈줄 막히자 본격나서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통치자금을 관리하는 기구로 알려진 노동당 39호실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홍콩의 투자사인 퀸스웨이그룹을 내세워 KGG란 기업을 만든 다음, 홍콩에서부터 아프리카 앙골라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서 수십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구축해 외화벌이에 나선 것은 핵실험 이후 유엔의 대북제재가 강화되며 경화 확보가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5일 1면 톱과 6면 전면에 보도한 ‘39호실의 비밀’이란 제목의 탐사 기사에서, 익명을 요구한 미국 및 아시아 각국 고위 관리들의 증언과 홍콩에서 입수한 법원 문서들을 토대로 KGG란 회사의 뒤에는 홍콩의 퀸스웨이그룹이 있고, 그 뒤에는 39호실이 있다고 전했다.
FT는 KGG가 단순히 하나의 브랜드인지, 아니면 북한 국영기업인지는 확실치 않지만 퀸스웨이그룹과 39호실이 연관돼있는 것은 분명하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지역의 한 관리는 “KGG는 북한의 가장 큰 조인트벤처들 중 하나”라며 북한이 국제사회의 제재를 피하기 위해 해외기업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 역할을 홍콩의 퀸스웨이그룹이 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FT는 지난 2008년 3월 평양 시내에 세워진 ‘금강거리’개발 프로젝트 홍보설치물에 KGG의 로고가 들어간 사진과 2014년 9월 평양 시내에서 한 택시에 KGG 로고가 붙어있는 모습의 사진을 기사와 함께 공개하기도 했다. FT에 따르면, 외국인을 주 영업대상으로 하고 있는 KGG는 중국 위안화로 요금을 받고 있다.
퀸스웨이그룹은 영국 브리티시페트롤리엄(BP)이 운영하고 있는 앙골라 유전, 짐바브웨 다이아몬드 광산에 지분을 가지고 있고 미국 뉴욕 맨해튼과 싱가포르에도 부동산 투자를 하는 등 지난 10여 년 동안 해외의 각종 사업에 투자해온 기업이다. 그룹을 이끄는 삼파 회장은 앙골라 국영석유회사와 조인트벤처인 ‘차이나 소낭골’을 설립해 북한에서 유전탐사 프로젝트를 진행한 적도 있다. FT에 따르면 2005년 미국이 마카오 소재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대해 제재를 취하면서 돈줄이 막히게 된 북한은 2006년부터 39호실을 통해 퀸스웨이그룹의 삼파 회장과 접촉하기 시작한 것으로 보인다.
미국 국방부 산하 아프리카전략연구센터의 JR 메일리는 FT와의 인터뷰에서 “KGG택시는 외화벌이용이지만, (북한 정부와 39호실의) 가장 큰 목표는 퀸스웨이그룹을 통한 석유와 광산 부문사업”이라고 말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munhwa.com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