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경환(오른쪽 세 번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2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동 국회의사당 귀빈식당에서 열린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 당정협의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3%밑 성장률’ 위기감 메르스·가뭄대책 포함 “세입경정 미흡”의견도
경기진작 극대화 위해 최대한 일찍 집행해야
정부가 추가경정예산(추경)을 포함해 15조 원 이상의 재정보강대책을 시행하기로 한 것은 현 상황이 지속될 경우 올해 경제성장률 2%대 추락과 함께 디플레이션(장기적인 경기침체 속 물가하락)에 대한 우려가 더욱 커질 것이 확실시되기 때문이다.
추경 등 재정보강대책을 내놓을 때마다 나오는 재정 건전성 악화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여전하지만 현 상황에서 추경 등 재정보강대책을 시행하는 것은 ‘선택’이라기보다는 ‘필수’라는 게 정부의 판단이다. 기획재정부가 25일 내놓은 ‘2015년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보면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당초 3.8%에서 3.1%로 급락했다. 지난해 9월 정부가 올해 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할 때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4.0%였다. 정부의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4.0%(지난해 9월)→3.8%(지난해 12월)→3.1%(올해 6월)’로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정부가 올해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통해 내놓은 올해 경제성장률 전망치는 추경 편성을 전제로 한 것이다. 이찬우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은 “(추경 등 재정보강대책이 없으면) 올해 경제성장률이 2%대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정부를 더욱 고민스럽게 만드는 것은 소비자물가상승률이다. 정부는 당초 2.0%였던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을 0.7%로 무려 1.3%포인트나 내렸다. 올해 소비자물가상승률이 0.7%를 기록할 경우 한국은행이 통계를 보유하고 있는 1966년 이후 49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하게 된다.
물가가 급락하면 물가상승을 반영한 경제성장률을 뜻하는 ‘경상 성장률’이 떨어지게 된다. 경상 성장률은 국세수입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이는 올해 국세수입 결손액이 예상보다 커질 수 있다는 뜻이고, 국세수입이 부족해지면서 정부의 세출이 감소하면 경제성장률을 밑으로 끌어내리게 된다.
정부가 추경 등 재정보강대책을 시행한다는 ‘최후의 카드’를 꺼내 들었다면 남은 과제는 ‘속도’와 ‘집행 능력’이다. 추경을 편성한다고 하더라도 실제로 돈이 현장으로 내려가는 데는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 2013년에는 추경이 4월에 편성됐는데도 연말까지 집행하지 못한 예산이 3조9000억 원에 달했다. 정부는 이번에 추경으로 조성된 자금으로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확산에 따른 피해 지원을 포함한 민생 안정 △가뭄 대책 △세입 경정 등을 위해 집행할 예정이다. 정부는 세입 경정을 위한 예산으로 5조 원을 편성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현시점에서 올해 국세수입 결손이 7조~8조 원으로 추정되고, 앞으로 국세수입 결손 추정치가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세입 경정을 위해 추경 규모가 너무 작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어차피 추경을 편성하기로 한 상황에서 세출 확대를 위한 추경 규모도 일시적인 재정 건전성 악화를 감수하는 한이 있더라도 충분히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하는 정치권 등의 눈치를 보느라 17조3000억 원이라는 대규모 추경을 하고서도 경제성장률은 추락하고, 8조5000억 원의 국세수입 결손을 기록한 2013년의 재판이 되는 것은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배상근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은 “일단 추경을 편성하기로 결정을 내렸다면 최대한 조기에 집행해 경기 진작 효과를 극대화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노동·공공·교육·금융 등 4대 부문 구조개혁을 통해 경제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는 노력도 지속적으로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