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동주의펀드 토론회 “소액주주 보호 하려다 교각살우의 우 범한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놓고 미국계 헤지펀드인 엘리엇매니지먼트(엘리엇)의 공세가 벌어지고 있는 가운데 해외 투기자본에 힘을 실어주는 무분별한 ‘반(反)재벌 기류’에 대해 전문가들이 우려를 쏟아냈다.

엘리엇과 같은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한 채 투기자본의 포퓰리즘에 휘둘리다가는 결국 국부 유출이라는 ‘교각살우(矯角殺牛·쇠뿔을 바로잡으려다 소를 죽인다)’의 우를 범할 수 있다는 것이다.

25일 오전 서울 중구 프란치스코 교육회관에서 열린 ‘행동주의 펀드의 실상과 재벌정책’ 토론회에서 발제자로 나선 신장섭(경제학) 싱가포르국립대 교수는 “엘리엇은 국제 ‘알박기’ 펀드로 불릴 정도로 ‘행동주의 펀드’의 극단에 서 있다”며 “‘포퓰리즘을 활용한 이익 추구’가 이들 펀드의 공통된 행동 양식”이라고 분석했다.

오정근(금융IT학) 건국대 특임교수 역시 “반재벌 정서에 편승해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으로 투기자본의 힘을 빌린다면 국부 유출은 물론 기업들의 투자 위축까지 불러올 수 있다”며 “2003년 SK로부터 9000억 원을 챙긴 소버린, 2006년 KT&G로부터 1500억 원을 챙긴 아이칸 등 소액주주의 이익 보호를 내세운 투기자본이 막대한 이익을 갖고 떠난 전례를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번 사태를 통해 진정한 의미의 경제정의를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진보 진영 경제학자인 정승일 사민저널 기획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불법을 엄중하게 처벌하는 것이 일반적 의미의 경제정의”라면서도 “동시에 한국 최대의 우량기업이 국제적인 ‘기업 사냥꾼’으로부터 약탈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도 그에 못지않은 경제정의”라고 강조했다.

이근평 기자 istandby4u@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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