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경숙 표절논란 이후… 한국문단의 과제‘그럼에도 소설가 신경숙(52·사진)은 걸출한 작가인가, 아니면 문단이 만들어낸 허울뿐인 신화인가.’ 표절 논란 이후 신경숙 문학에 대한 재평가는 피할 수 없는 논쟁의 지점이다. 등단 30년 동안 7편의 장편과 48편의 중·단편을 발표한 그는 문학성과 상업성을 모두 갖춘 몇 안 되는 작가로 꼽혀왔다. 하지만 이번 사태로 문학성에 회복하기 어려운 타격을 입었고, 분노한 대중은 그의 모든 것을 부정하고 있다.

◇신경숙 신화의 몰락 = 상당수의 문학평론가는 여전히 1990년대 신경숙 문학의 문학사적 업적을 인정한다. 김형중(국문학) 조선대 교수는 “1980년대 거대 서사의 종결 이후 신 작가는 내면 탐구를 통해 한국문학의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했다”고 평했다. 이에 반해 그의 2000년대 이후 문학에 대해서는 이견이 많다. 김 교수는 “최근작 ‘엄마를 부탁해’ ‘리진’ 등은 출판사의 호평만큼 문학적으로 훌륭하다고 보지 않는다”고 했다. 정은경(문예창작학) 원광대 교수도 “상업적 성공을 거둔 이후 불필요한 감상성이 첨가된 그의 작품들은 실망스러운 수준”이라고 했다.

그럼에도 문학동네와 창비에 편집위원으로 소속된 문학평론가들은 한결같은 상찬을 이어갔다. 그 무대는 주로 이들 출판사가 발행하는 계간지였다. 표절 논란 이후 비판의 대상으로 떠오른 ‘주례사적 비평’, ‘문단 패거리 문화’와 맞물리는 부분이다. 상업적 이유와 함께 세계적 작가를 키워야 한다는 문단의 열망이 더해져 문학동네와 창비는 ‘신경숙 밀어주기’에 주력했다. 이미 15년 전 문학평론가 정문순이 ‘문예중앙’에서 ‘전설’의 표절 의혹을 제기했음에도 출판사와 소속 비평가들은 침묵을 지켰다. 오늘날의 신경숙 신화는 상당 부분 출판사에 의해 창조된 것임을 부정할 수 없다.

◇여전한 대형출판사의 ‘밀어주기’ 관행 = 이런 밀어주기 관행은 출판계에서 여전히 성행 중이다. 대형 출판사는 소속 문예지를 통해 가능성 있는 작가를 발굴하고, 문학상과 홍보활동을 통해 띄운다. 해설 형식의 수려한 비평은 이 작가와 작품이 얼마나 탁월한지를 드러내는 데 집중한다. 방민호(국문학) 서울대 교수는 “평론가들이 억지로 꿰면 그것이 작가와 작품의 사상이 되는 식”이라며 “힘 있는 출판사가 스타를 만드는 문단의 작가 양성 시스템은 고착화된 지 오래”라고 했다. 현재 출판계에서는 ‘문학동네와 창비에서 책이 나와야 잘 나가는 작가’라는 논리가 통용된다. 이 영역에는 들어가기 어려울뿐더러, 한 번 벗어나면 재진입이 어려워 작가들은 대형 출판사에 반하기 어렵다. 불가피한 현실이란 옹호론도 있지만, 정도의 차이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문학평론가 A 씨는 “문학동네와 창비에서 책을 못 낸 작가는 문학계의 아웃사이더로 남는다”며 “확실한 스타가 되거나 모든 것을 잃는 ‘올 오어 나싱’의 상황”이라고 했다.

◇출판 자본에서 독립된 비평 공간 만들어야 = 한국문학 시장은 이처럼 소수 대형 출판사가 과점하고, 그들만의 리그를 벌이는 형국이다. 자신들이 책을 생산하고 자신들이 비평(평가)한다. 당연히 비판은 요원한 일이고, 견제 세력도 없다. 이런 가운데 한국문학 독자는 빠르게 줄고 있다. 장은수 편집문화실험실 대표는 “출판자본과 결합하지 않은 독립적인 비평 공간이 필요하다”고 했다. 그는 “미국의 경우 시카고대가 출간하는 ‘크리티컬 인콰이어리’, 타임지가 내는 ‘타임 리터러리 서플먼트’ 등 독립된 권위 있는 문학잡지가 출판사를 견제한다”며 “국내에도 문학작품을 내지 않는 곳에서 비평을 하는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또 비평으로부터 자유로운 출판사 모델이 나와 문학동네, 창비 등 비평가 집단이 중심이 된 기존 대형출판사와 경쟁해야 한다고 말한다. 익명을 요구한 문예창작과 교수 B 씨는 이를 “시장 친화적인, 친독자적인 출판사”라고 표현했다. 그는 “비평에 얽매였던 기존의 문단 풍토에서 벗어나 이른바 ‘시장에서 통하는 작품’을 내는 대안 출판사가 많아질수록 한국문학 독자층도 커지고, 획일적인 작가 등용시스템도 무너뜨릴 수 있다”고 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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