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간 찾은 유해 9826구 중
신원확인 108구뿐 안타까워”
“산야에 흩어져 있는 전사자들은 국가의 부름을 받고 입대해 65년째 전역하지 못하고 있는 무명의 호국용사들입니다. 이제 그만 그들을 가족의 품으로 돌려보내줘야 합니다.”
6·25전쟁 65주년을 이틀 앞둔 지난 23일 서울현충원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사무실 앞에는 ‘그들을 조국의 품으로’라고 새겨진 큰 비석이 세워져 있었다. 사무실 곳곳에는 6·25전쟁 당시 아군과 적군이 사용하던 군용품과 소지품들이 전시돼 있었다. 녹이 슬 대로 슨 낡은 철모에는 당시 치열했던 전투현장을 보여주듯 총알이 뚫고 지나간 자국이 여러 군데 눈에 띄었다. 지난 2007년 창설된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은 6·25전쟁 당시 나라를 위해 목숨을 바친 전사자들의 유해를 발굴해 유가족들에게 전달하는 업무를 하고 있다. 6월 현재 유해발굴감식단이 찾아낸 전사자들의 유해는 총 9826구에 달한다.
유해발굴감식단 출범 때부터 8년째 전사자들의 유해를 찾아 전국 방방곡곡을 다니는 김종성(사진) 국방부 유해발굴감식단 과장은 “국가를 위해 목숨을 바친 호국용사들의 유해 발굴은 국가가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고 수차례 강조했다. 발굴된 유해에는 전쟁의 상흔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김 과장은 “유해들을 보면 대부분 불편한 자세로 누워 계신다”면서 “65년이란 긴 시간 동안 이렇게 불편한 자세로 우리를 기다렸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는 “유해를 보면 당시 전투가 얼마나 치열했는지 알 수 있다”면서 “훼손된 유해와 총탄의 흔적을 보며 전쟁의 아픔을 온몸으로 느낀다”고도 했다. 발굴된 유해 중 온전한 형태를 갖춘 유해는 전체의 20%에 불과하다.
그러나 운 좋게 유해를 발견해도 신원을 확인해 유가족에게 전달하는 일은 쉽지 않다. 실제 유해발굴감식단이 발굴한 9800여 구의 유해 가운데 신원이 확인된 경우는 108구에 불과하다. 김 과장은 “간혹 숟가락이나 수통 등 소지품에 자신의 이름을 새긴 분들이 있다”면서 “그런 것들을 보면 ‘제발 나 좀 가족에게 보내주오’라고 말하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지난 8년간 수천 구의 유해를 발굴한 김 과장이지만 유가족을 만날 때면 죄송한 마음부터 든다고 했다.
그는 이어 “현재까지 감식단에 등록한 유가족은 3만 명에 불과하다”면서 “발굴도 중요하지만, 전사자 유가족들과 국민들의 제보와 참여가 무엇보다 절실하다”고 강조했다.
강승현 기자 byhuma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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