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에도 기술이 필요합니다. 그것도 아주 많이. 사물이든 사람이든 상황이든, 대상을 현명하게 다루는 방법이나 능력을 기술이라고 한다면, 삶이야말로 기술이 절실하지요. 삶의 원칙, 철학, 가치를 지키고, 마음을 표현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기술 구사가 필수입니다. 그래서 각종 실용서와 처세술 책이 쏟아져 나오지만, ‘철학’없는 ‘기술’은 공허합니다. ‘삶의 기술 사전’(문학동네)은 제목부터 삶의 기술을 한 수 가르쳐 주겠다고 나섰지만, 실용서와는 다른 지점에서 출발합니다. 책은 안드레아스 브레너 스위스 바젤대 철학과 교수와 외르크 치르파스 쾰른대 윤리학 교수가 삶을 구성하는 60가지 상황, 감정, 요소를 철학적으로 성찰한 것 입니다.

예를 들어, 돈과 시간에 대해 이렇게 말합니다. “돈과 시간의 증식은 일상적인 인간이라면 누구든 추구하는 목표다. 이 개념을 한번쯤 뒤집어 생각해보자. 사실 돈이란 공허한 것이다. 돈에 대해 칸트는 ‘처분을 할 때에만 쓸 수 있는 물건’이라 했다. 그것을 벌고 쓰는 과정에서 시간은 자연스레 소멸해간다. 따라서 돈을 좇는 삶은 언제나 시간 부족에 허덕이게 된다. 아끼고 불리려는 욕망이 궁극적으로 그것을 잃게 만드는 딜레마에 빠지는 셈이다.” 노동을 통해 관계 기술을 풀어낸 것도 인상적입니다. “삶은 관계의 연속이다. 자의든 타의든 관계로 점철된다. 이는 노동에서도 목격된다. 오늘날 노동은 재산 증식, 즉 사욕을 채우려는 몸부림으로 전락했다. 노동자는 임금을 늘리려고 일에 매달리고, 사용자의 부당한 노동착취는 더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헤겔은 말했다. ‘개인의 노동은 자신의 욕구를 만족시킬 뿐 아니라 남의 욕구도 충족시킨다. 그리고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은 타인의 노동을 통해서 가능하다.’ 일을 통해 서로의 존재를 인정하는 것이 노동의 진정한 의미이고, 자신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은 곧 남을 위해 일하는 인간인 셈이다.” 이렇게 감각, 감사, 고독, 고통, 나이 먹는 것, 이웃, 축제 등을 살핍니다. ‘아는 것이 힘’이라고 했듯이 삶의 정체와 숨은 면모들에 대해 알면 알수록 그 대응력, 즉 삶의 기술력도 높아진다는 뜻 같습니다.

두 저자는 무엇보다 삶의 속도를 늦춰보자는 뜻에서 책을 기획했다고 합니다. 시간이라는 초고속 열차를 멈춰 세우고 다른 누구의 것도 아닌 자신의 인생, 그것이 뭔지 생각하고 혹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살펴보자는 의도라고 설명합니다. 안 그래도 짧은 인생, 앞만 보고 달리기보다는 여유롭게 인생의 요모조모를 비틀어 볼 때 삶의 기술을 터득하게 되는 것이라고, 그때 인생의 기술은 비로소 예술의 경지에 도달한다고 합니다.

최현미 기자 chm@munhwa.com
최현미

최현미 논설위원

문화일보 /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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