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세계대전 막바지인 1945년 3월 10일 밤 , 300여 대의 미군 B29기가 도쿄 대공습을 위해 날아오른다. 그런데 의문스럽게도 이중 세 대의 전투기는 도쿄로부터 멀리 떨어진 도호쿠의 자오산맥 부근에 닿는다. 이후 치사율이 70%에 달하는 치명적 전염병 ‘무라카미병’이 일본 열도를 강타한다. 원인균인 렌서 구균은 이 자오산맥의 화구호(湖)로부터 전염이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다. 일본 정부는 막대한 예산을 투입해 전 국민에게 백신 예방접종을 실시하지만, 이상하게도 잊을 만하면 한 번씩 감염자가 발생해 열도를 공포로 몰아넣는다. 20세기 말 무라카미병 연구에 평생을 바친 후생성의 한 간부는 “무라카미병은 있지만, 없다”는 말을 남기고 의문의 죽음을 맞는다. 또한 1980년대를 풍미한 인기 텔레비전 시리즈 ‘캡틴 선더볼트’는 화구호 인근에서 극장판 촬영 중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개봉이 취소된다.
전투기가 떴던 그날, 화구호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소설은 초등학교 야구팀 동창 아이바 도키유키와 이노하라 유가 그 비밀을 파헤쳐가는 이야기다. 20대 후반으로 각각 야구 연습장 종업원, 복사기 영업사원으로 지내던 이들은 우연히 상점가의 허름한 극장에서 영원히 묻힐 뻔한 음모의 단초와 맞닥뜨리면서 사건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게 된다. 정부와 테러집단 그리고 이 두 청년의 추격전이 속도감 있게 전개되는 동안 진실의 윤곽은 하나 둘 드러난다.
일본 최고 권위의 문학상 아쿠타가와상 수상작가 아베 가즈시게(47)와 대중적 인기를 상징하는 서점대상 수상작가 이사카 고타로(44), 일본 평단과 독자의 주목을 받는 두 40대 작가가 함께 썼다. 부정할 수 없는 ‘페이지 터너(page turner)’다. 전 2권.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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