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0홈런 대기록 이승엽, 달라도 너무 다른 대인배

남태희, 폭행사건 피해에도 “우리가 올라갔으니 됐다” 대인배 마인드

첫째 인용문은 이승엽 선수가 지난달 포항 롯데전에서 프로야구 최초로 400호 홈런을 터뜨린 데 대한 기사의 제목인데요. 이 선수는 대기록을 세우고도 자신을 낮추기 바빴지요. 상대팀에 대한 배려에 이 선수에게 홈런을 맞은 롯데 투수도 대선배의 기록을 축하했지요. 좋은 기록과 함께 겸손함을 보여준 이 선수에게 신문에선 기꺼이 ‘대인배’라는 제목을 달았습니다.

둘째 인용문은 남태희 선수가 사우디아라비아에서 열린 알 나스르와의 2015 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A조 최종전 원정에서 승리한 뒤 상대팀 선수에게 폭행당한 기사의 제목인데요. 폭행까지 당했음에도 남 선수는 “이긴 것으로 됐다”며 넓은 아량을 보였지요. 이런 남 선수의 마음을 ‘대인배 마인드’라고 했네요.

그러나 두 인용문의 ‘대인배’는 잘못된 표현이에요. 그 이유를 알기 위해서는 먼저 ‘소인배(小人輩)’를 알아야 하는데요. 소인배는 마음 씀씀이가 좁고 간사한 사람들이나 그 무리를 이르는 말입니다. 여기서 ‘배(輩)’는 ‘무리를 이룬 사람들’이란 뜻을 더하는 접미사입니다. 폭력배, 불량배처럼 무리 지어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사람들을 일컬을 때 주로 쓰이지요.

도량이 좁고 간사한 사람을 뜻하는 小人의 반대말로 말과 행실이 바르고 점잖으며 덕이 높은 사람을 가리키는 大人을 쓸 수 있으니 소인배의 반대말로 대인배도 쓸 수 있다고 생각하기 쉬운데요. 접미사 ‘~배’의 부정적 의미를 떠올리면 ‘대인배’는 있을 수 없다는 게 명백해지지요. 무리 짓고 파벌을 만든다면 더 이상 대인이 아니니까요.

인용문의 ‘대인배’는 ‘대인’으로 고쳐야 합니다.

김정희 교열팀장 kjh214@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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