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관계자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날 새누리당 의총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를 꼭 찍어 ‘함께 갈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여당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유임이 결정된 것과 관련,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이 그 정도까지 얘기했는데 어떻게 여당이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유 원내대표와 그를 유임시킨 여당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세가 새누리당 의총 이후 오히려 더 격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26일 오전부터 친박계 내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박계 당 지도부 인사들의 집단 당무 거부와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 요구를 일축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 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가 끝 모를 갈등과 긴장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새누리당이 장장 5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총을 열고도 박 대통령의 직설적인 변화 요구에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허탈해 하면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당이 맞는지 묻고 싶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돌려보냈으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거나 최소한 대국민 입장 표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당이 의총을 열고도 ‘국회법 개정안만 재의하지 않고 유 원내대표 체제는 그대로 간다’는 비논리적인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유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의 대상이 된 사람”이라며 “당연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의총 결과를 보고받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들었다”면서 “자신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당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뭉개듯이 지나가려 하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작 의총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친박계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친박계 최고위원은 “싸움은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아무리 아파도 뭔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뿐 아니라 집단적으로 당무를 거부하거나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계 최고위원 4명(서청원·이인제·김태호·이정현)이 사퇴하면 현 지도부는 붕괴하는 것”이라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체제 개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이 같은 기류는 여당 의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의원들이 사태에 대해서 심각성을 잘 모른다”며 “대통령과 정치 철학을 공유하면서 여당을 해야지 자기 정치를 하면서 지위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남석·김만용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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