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왼쪽)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유 원내대표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청 갈등이 현 정부 들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26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도 ‘지도부 동반사퇴론’으로 가세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까지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김선규 기자 ufokim@
박근혜(왼쪽) 대통령이 25일 국무회의에서 사실상 유승민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데 대해 유 원내대표가 거부 의사를 밝히면서 당·청 갈등이 현 정부 들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 청와대 측은 26일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하겠다’며 압박 수위를 높였고 새누리당 친박(친박근혜)계도 ‘지도부 동반사퇴론’으로 가세했지만 유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까지 거취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연합뉴스·김선규 기자 ufokim@
당·청 갈등 증폭“박근혜 대통령의 25일 국무회의 발언은 정치의 근본에 대한 것이다. 신뢰의 정치를 하겠다던 정치인들이 당선된 뒤에는 자기 이익을 위한 정치만 하고 있다는 얘기다. 어제(25일) 새누리당 의원총회의 모습이야말로 그런 정치의 전형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26일 문화일보와의 전화통화에서 전날 새누리당 의총 결과에 대한 질문을 받고 이같이 말했다. 박 대통령이 사실상 유승민 원내대표를 꼭 찍어 ‘함께 갈 수 없다’는 의지를 밝히는 등 여당의 행태를 강도 높게 비판했음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의총에서 유 원내대표의 유임이 결정된 것과 관련, 실망을 넘어 분노하는 분위기였다. 대통령이 그 정도까지 얘기했는데 어떻게 여당이 이럴 수 있느냐는 것이다. 이처럼 유 원내대표와 그를 유임시킨 여당에 대한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공세가 새누리당 의총 이후 오히려 더 격해지는 양상이다. 실제로 26일 오전부터 친박계 내에서는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친박계 당 지도부 인사들의 집단 당무 거부와 사퇴 가능성까지 거론되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사퇴 요구를 일축한 상황에서 청와대와 여당, 여당 내 친박계와 비박계가 끝 모를 갈등과 긴장을 이어갈 것임을 예고한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새누리당이 장장 5시간에 걸친 마라톤 의총을 열고도 박 대통령의 직설적인 변화 요구에 이렇다 할 답을 내놓지 않은 것에 대해 허탈해 하면서 “국정의 한 축을 담당하는 여당이 맞는지 묻고 싶다”는 반응을 쏟아내고 있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자신들이 통과시킨 법안을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해 돌려보냈으면 그에 대한 정치적 책임을 지거나 최소한 대국민 입장 표명이라도 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여당이 의총을 열고도 ‘국회법 개정안만 재의하지 않고 유 원내대표 체제는 그대로 간다’는 비논리적인 결론을 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특히 유 원내대표는 거부권 행사의 대상이 된 사람”이라며 “당연히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박 대통령이 의총 결과를 보고받고 엄청나게 화를 냈다고 들었다”면서 “자신이 그렇게까지 말했는데도 당이 아무것도 안 하고 그냥 뭉개듯이 지나가려 하니 그런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런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정작 의총에서 무기력한 모습을 보였던 친박계가 구체적인 행동에 나설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한 친박계 최고위원은 “싸움은 현재진행형으로,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아무리 아파도 뭔가 수술을 하지 않으면 앞으로 더 힘들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거듭 촉구한 것이다.

다른 친박계 인사는 “친박계 최고위원들이 유 원내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것뿐 아니라 집단적으로 당무를 거부하거나 사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친박계 최고위원 4명(서청원·이인제·김태호·이정현)이 사퇴하면 현 지도부는 붕괴하는 것”이라며 조기 전당대회를 통한 체제 개편을 시사하기도 했다. 친박계의 이 같은 기류는 여당 의원들이 사태의 심각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는 판단을 반영한다는 지적도 있다. 한 친박계 인사는 “의원들이 사태에 대해서 심각성을 잘 모른다”며 “대통령과 정치 철학을 공유하면서 여당을 해야지 자기 정치를 하면서 지위를 이용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오남석·김만용 기자 greente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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