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즈 차관보 “상황 검토” 어제 윤병세 이어 美도 나서
물밑 넘어 공식협의 임박說도

그동안 軍고위급이 발언하다
외교관료 나서며 공식화 양상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에 대한 한국과 미국 정부 당국자들의 발언 내용이 점점 선명해지고 있다. 양국 간 비공식적인 물밑협상이 상당히 진척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공식 협의가 임박했다는 관측도 신빙성을 높이고 있다.

이번에는 미 국무부, 국방부 고위 관계자들이 가세했다. 프랭크 로즈 미 국무부 군축·검증·이행 담당 차관보와 브라이언 매키언 미 국방부 수석 부차관이 25일 오후(한국시간 26일 오전) “사드 배치 결정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한 게 대표적이다. 로즈 차관보가 이날 “결정은 내리지 않았다”며 기존 입장과 같은 말을 하면서도 “상황을 검토 중”이라고 밝혀 조만간 한국 정부에 공식 제안을 할 수 있다는 뉘앙스를 내비쳤다. “한국 사드 배치를 살펴보고 있는 것이 비밀이 아니다”는 매키언 부차관의 발언은 보다 직설적이다. 매키언 부차관은 지난해 사드의 한반도 배치 문제를 처음 공개 발언했던 커티스 스캐퍼로티 주한 미군사령관의 요청을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사드 관련 언급을 꺼리던 미국의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5월 방한한 존 케리 국무장관이 사드의 한반도 배치에 대해 언급한 이후 미국 내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며 발언의 수위를 높여 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전날 공개적으로 정부 당국의 실무 검토 사실을 밝힌 것과 맞물려 시선을 끄는 이유다. 윤 장관이 “앞으로 필요하다면 정부 내에서 추가적인 협의를 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한 대목은 불과 3개월 전 “한·미 양국 간 협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극도로 말을 아껴 온 것에서 상당히 진전된 발언이다.

정부는 그동안 사드에 관해 요청도, 협의도, 결정도 없었다는 3NO 입장을 고수해 왔다. 일부 국방부 당국자들만 사드 문제를 언급했을 뿐 외교부는 중국의 강력한 반발을 의식해 모호성을 유지해 왔던 것으로 분석됐다. 그러나 미 당국자들이 연이어 사드 배치 검토론으로 압박 수위를 높여 가는 상황에서 정부가 전략적 모호성을 고집하는 것은 신뢰만 무너뜨릴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해석된다.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양국 간 사드 공식 협의가 얼마 남지 않았다고 전망하고 있다. 한 국방 관련 연구소 연구원은 이날 문화일보와의 통화에서 “양국 당국자들이 공개적으로 국내 논의가 이뤄지고 있음을 밝혔기 때문에 곧 미국에서 공식 협의 요청이 와 양국 간 협의가 진전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현진 기자 cworang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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