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람객들이 건물 밖 노송이 우거진 석파정을 접하곤 자연에 빠져 직전 전시를 까맣게 잊어버려요. 전시장으로서 그보다 더 센 라이벌이 있을 수 없죠.” 안 팀장은 겨루기 힘든 대상과의 공존을 위한 전시공간의 자구책이 ‘자연을 끌어안고 있는 장점 살리기’라고 밝혔다. 전시기획과 미술공간 운영에서 자연과의 조화를 적극 추구한다는 이야기다. 서울미술관 측은 올 한 해 동안 ‘봄여름가을겨울’이란 주제로 연중 기획전을 진행한다. 소장품뿐 아니라 계절별로 작가의 신작을 추가해 전시공간의 특색을 살리면서 라이벌과의 공조를 꾀하는 전시다.
제1전시실의 ‘봄여름가을겨울을 걷다’전(8월 9일까지)에서도 주변 경관을 전시공간으로 끌어들이려는 서울미술관의 묘책을 만날 수 있다. 도상봉의 ‘비진도의 여름’을 비롯해 김덕기 전병현 사석원의 봄 그림부터 오치균 황재형의 눈 쌓인 겨울 풍경까지 사계절을 담은 국내 화가 16명의 그림이 전시 중인 공간에 나지막이 울려 퍼지는 소리는 전시장 2개 층 위쪽의 석파정에서 채집 녹음한 자연의 소리다. 새소리, 바람소리뿐 아니라 비 오는 날이면 후드득 빗소리까지 정겹다.
다소 어두운 전시장 실내에 익숙해지면 눈뿐 아니라 귀로도 자연의 사계절을 느끼고 감상할 수 있다. 전시장의 오디오가 사계절 풍경화에 청각적 효과를 더해 주는 한편, 전시장과 야외공간을 잇는다. 전시작 중 여름 풍경을 담은 주태석의 ‘자연-이미지’는 작가가 서울미술관 야외의 자연을 재해석한 신작이다.
제2전시실의 ‘가장 행복한 화가, 이대원’전도 과수원을 즐겨 그린 화가의 작품전이라는 점에서 제1전시실 기획전과 통한다. “파노라마 사진같이 과수원의 춘하추동을 그려 보고 싶어. 재료는 서양 것이어도 마음은 자꾸 동양화에 다가서는 걸 느끼지.”(이대원) 가로 5m의 대형 유화 ‘배꽃’을 비롯해 빛나는 햇살 아래 찬란한 원색으로 농원의 아름다움을 펼쳤던 화가의 작품이 걸려 있는 전시실의 오디오도 친숙하다. ‘동구 밖 과수원길 아카시아 꽃이 활짝 폈네’로 시작하는 동요 ‘과수원길’이다.
두 기획전이 자연 친화적 국내 화가의 회화전시라면, 제3전시실 ‘올 바니티(All Vanity):모든 것이 헛되다’는 영상 사진 설치 등을 소재로 한 미디어아트 기획전이다. 17세기 네덜란드 플랑드르 지역에서 ‘인생무상’을 상징적으로 담아냈던 ‘바니타스 회화’를 재해석한 김태은, 이병호, 사일로 랩, 샘 징크 등 국내외 작가의 작품을 통해 유한한 시간과 헛된 욕망을 일깨운다.
미술저널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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