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이라면 얼마든지 환영한다.”
하바로프스크 지방장관 유리 마르첸코가 두 손을 치켜 올리면서 말했다. 말할 때 술 냄새가 가스를 분사하는 것처럼 뿜어졌지만 카타리나는 고스란히 얼굴로 받았다. 마르첸코가 소리치듯 말을 잇는다.
“카타리나, 네가 동성을 끌어온다면 훈장을 받게 해주지. 아니, 필요한 걸 말해. 다 들어줄 테니까.”
“곧 투자단이 구성되어 올 거예요.”
숨을 참으면서 카타리나가 말했다.
“그때 장관께서 직접 나서 보시죠. 동성은 중국에서도 계속 투자 요청을 받고 있으니까요.”
“알았어, 카타리나.”
마르첸코가 붉은 얼굴을 부풀리며 웃었다.
“카타리나, 동성으로 옮겨가더니 더 섹시해졌군. 거기서 대우가 좋다면서?”
“동성의 보수가 좋을 뿐이죠.”
카타리나는 마르첸코의 경제자문 역으로 3년을 보낸 것이다. 하바로프스크는 중화학공업 중심의 도시다. 항공과 조선, 석유화학이 발달되었고 국민의 평균소득도 높다. 그러나 한반도 3배 이상이 되는 면적에 인구는 100만 명 미만이며 지방의 거의 대부분이 삼림이다. 동토인 것이다. 장관실에는 둘뿐이다. 55세인 마르첸코는 술을 좋아하지만 여자관계는 담백했다. 비대한 체격이어서 일찍 성불능이 되었다는 소문도 있다. 마르첸코가 은근한 시선으로 카타리나를 보았다.
“카타리나, 동성이 너를 스카우트했을 때부터 나는 이날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어.”
마르첸코의 두 눈이 번들거렸다. 시선을 준 채로 마르첸코가 서랍을 열더니 보드카 병을 꺼내어 마개를 열었다. 그러고는 커피잔에 반쯤 따르고 다시 술병을 서랍에 넣었다. 그동안 힐끗 커피잔을 내려다 보았을 뿐이다.
“자, 카타리나. 내가 어떻게 해주면 좋겠나? 말해 봐.”
커피잔을 든 마르첸코가 물었다. 카타리나는 동성 중국본사로 발령을 받은지 사흘 만에 하바로프스크로 출장을 온 것이다. 다시 마르첸코가 재촉했다.
“국기만 빼놓고 게양대까지 다 거래할 수 있어. 투자를 한다면 말이야.”
“북방 삼림지역 임차죠.”
“음, 광산을 노리는 건가? 아니면 삼림의 나무를? 그렇지. 나무겠군.”
세 모금에 커피잔의 보드카를 모두 삼킨 마르첸코가 숨을 내뿜었으므로 카타리나가 숨을 멈췄다. 마르첸코가 머리를 끄덕였다.
“요즘은 종이 값이 비싸졌다니 금방 돈을 만들겠지. 그래, 삼림지역 얼마나? 1000㎢? 동성이면 스케일이 크겠군. 5000㎢?”
“…….”
“투자비가 좀 들 텐데. 투자 예정액은 얼마야? 임차비로 얼마를 예정하고 있나? 1억 불? 3억 불?”
그때 카타리나가 입을 열었다.
“20만㎢.”
눈만 껌벅이는 마르첸코를 향해 카타리나가 한마디씩 또박또박 말했다.
“100년 임차, 임차비는 150억 불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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