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민(가운데)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29일 부산 강서구 대저로 부곡스텐레스㈜ 공장에서 임직원들과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을 통해 국산 소재 개발에 성공한 ‘스테인리스 육각바’를 살펴보고 있다.
産學硏기술개발 지원 받아 李연구원 - 부곡스텐레스 합심 일본産 보다 고강도 소재 성공 FTA 경쟁력 향상도 기대
중소기업청은 대학·연구기관의 우수한 기술전문가들의 산학연 협력 의지를 고취하고, 산학연 협력 사업을 통해 도출된 성과를 전파하기 위해 이달부터 과학기술표준분류에 따라 매월 ‘이달의 우수 산학협력전문가’를 선정해 발표한다.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전년도에 종료된 과제책임자(교수 또는 연구원)를 대상으로 기술분야별로 1인 또는 2인을 선정해 협력 우수사례를 전파하고 매년 말 ‘중기청장상’과 함께 300만 원의 산학연 협력장려금을 수여할 예정이다. 이에 문화일보는 기술개발 사업의 생생한 현장을 방문하고, 우수 산학 협력전문가의 목소리를 담은 시리즈를 시작한다.
29일 부산 강서구 대저로에 위치한 중소기업인 부곡스텐레스㈜ 공장 직원들은 한 연구원의 방문에 들떠 있었다. 이정민 한국생산기술연구원 수석연구원이 중소기업청에서 ‘6월 우수 산학협력전문가’에 선정된 데에 따라 감사 인사차 방문했기 때문이다. 이 수석은 중기청의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에 참여해 부곡스텐레스의 국산 소재 개발 과정에 결정적인 역할을 했던 주인공이다.
이 수석은 중기청의 지원을 받아 부곡스텐레스와 함께 국내 소재로 ‘잔류응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스테인리스 육각바’ 개발에 최근 성공했다. 잔류응력은 재료에 압축, 인장, 굽힘, 비틀림 등의 하중(외력)을 가했을 때, 재료 내에 생기는 저항력이다. 응력은 소재의 부식 진행속도에 영향을 주며 이를 응력부식이라 한다. 이 기술이 개발되기 전까지 국내 소재를 활용한 스테인리스 육각바는 일본 소재에 비해 응력부식 발생이 매우 빨라 경쟁력을 가지기 어려웠다. 이러한 문제점을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공정과 기술의 조합을 통해 일본 제품과 비교해 강도는 높고 응력부식 발생이 획기적으로 감소한 소재를 개발했고, 부곡스텐레스 회사 명의로 특허까지 출원한 것이다. 기술은 공동으로 개발했지만, 기술개발 결과물은 중소기업에 소유권을 이전한 것으로 대표적인 상생 협력 모범 사례다.
부곡스텐레스는 이번 개발의 성공에 따라 기존 해외 수입에 의존해온 스테인리스의 특수 형상 봉강 수입을 대체함은 물론 수출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 특히 해당 소재를 활용하는 다양한 산업군에 국산 소재를 적용함으로써 자유무역협정(FTA) 경쟁력까지 향상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그동안 국내에서 생산된 제품이라도 제품을 구성하는 수입 재료가치가 40% 이상일 경우 FTA 체결국 수출 시에도 관세혜택을 적용받지 못했다.
중기청의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은 지난 1993년부터 현재까지 시행되고 있는 국내 최장수 중소기업 연구·개발(R&D) 지원사업이다. 1993년 20억 원으로 시작한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은 2005년 421억 원으로 많이 늘어났다. 협력기술개발사업이 성과를 올리면서 2010년에는 717억 원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는 1520억 원의 예산을 투입, 원년 대비 70배 이상 성장했다. 이처럼 수십 년간 정책 일관성을 유지하며 지원규모가 지속해서 증가한 사업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그 유례를 찾아보기 어렵다.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은 2007년 옛 기획예산처에서 시행된 주요 7개 부처 20개 재정사업 평가결과 1위를 차지했으며, 2014년 지역발전사업 평가에서 최우수 등급을 받는 등 과거부터 시행된 다양한 대외 평가에서 지속해서 우수한 평가를 받았다.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의 지원대상은 잘나가는 중소·중견기업이 아니라 외형적 지표는 약하지만, 성장 가능성이 있는 소규모 중소기업이다. 실제로 2014년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을 통해 지원받은 기업의 64%는 직원이 10인 미만이고, 매출액이 10억 원 미만인 중소기업이 62.8%나 된다. 소규모 중소기업이 기술혁신을 창출함으로써 비약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는 데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서동석 한국산학연협회 회장은 “자원역량이 취약한 중소기업이 대학·연구기관의 물적·인적·지적자원을 활용해 기술혁신을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산학연 협력기술개발사업의 메커니즘”이라며 “이러한 원리를 현장에 적용해 성과를 창출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과 함께 고민하는 대학·연구기관의 우수한 전문가들의 노력과 희생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말했다.
정기환 중기청 기술협력보호과장은 “소속기관에서 업적평가를 받는 교수·연구원들은 과제 규모나 기술료 수입과 같은 외형적 성과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성장 가능성이 있는 중소기업과 함께 중장기적인 동반관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동기를 부여하는 것 또한 산학연 협력 촉진을 위한 중요한 정부의 역할”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