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톡>백발의 터미네이터 여전히 늠름하다

터미네이터 제니시스

‘터미네이터’ 시리즈 5편인 ‘터미네이터 제니시스’(감독 앨런 테일러)는 제임스 캐머런 감독이 만든 1, 2편을 잇는 3편의 느낌이 강하다. 캐머런 감독도 이 영화를 보고 만족감을 나타내며 “3편이라고 부를만하다”고 밝혔다.

1984년 죽여도 죽여도 죽지 않는 T-800이 처음 등장해 소름 돋는 공포감을 전한 후 1991년 2편에서는 T-800이 착해져 주인공을 돕고, 더 강해진 액체로봇 T-1000이 나와 또 한 번 놀라운 재미를 선사했다. 하지만 3편 ‘터미네이터3-라이즈 오브 더 머신’(2003년)은 실망만 안겼고, 4편 ‘터미네이터:미래전쟁의 시작’(2009년)도 1, 2편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를 펼쳐냈다. 이 시리즈 팬들에게는 이번 5편의 등장이 반가울 듯하다. 이 영화는 1, 2편의 이야기를 총정리하며 새로운 이야기의 시작을 알린다. 또 화려한 액션과 놀라운 반전 등 오락적 요소도 강화됐다.

이 영화는 초반부에 상황을 설명하는 데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 이야기가 전개되는 시간대를 정확히 알아야 후반부의 반전이 강렬하게 다가오기 때문이다. 2029년을 배경으로 1편 이전의 상황을 설명하며 이야기가 시작된다. 기계군단을 이끄는 스카이넷은 인간저항군의 리더인 존 코너(제이슨 클락)의 출생을 막기 위해 1984년으로 T-800을 보내 그의 어머니 사라 코너(에밀리아 클라크)를 없애려 한다. 존도 이를 저지하기 위해 부하 카일 리스(제이 코트니)를 같은 시간대로 보낸다. T-800과 카일은 1편과 같이 발가벗은 모습으로 1984년에 도착하지만 상황은 완전히 달라져 있다. 앞서 와있던 T-800 팝스(아널드 슈워제네거)가 새로 온 T-800(젊은 아널드 슈워제네거)을 맞이하고, 카일도 도착과 동시에 T-1000(이병헌)의 공격을 받는다. 1973년에 팝스가 부모를 잃은 9세 사라를 구해줬고, 사라는 팝스와 함께 생활하며 이미 여전사가 돼 있었다.

하지만 중반 이후부터는 완전히 새로운 이야기가 전개된다. 사라와 카일이 스카이넷의 탄생을 막으려 하는 것. 두 사람은 2017년으로 시간 이동을 해 시간에 따라 흘러온 팝스와 함께 스카이넷을 활성화시키는 제니시스 프로그램을 폭파하려 한다. 여기서부터 강력한 반전이 시작된다. 인간도 기계도 아닌 나노 터미네이터 T-3000으로 변한 존이 등장해 부모와 자식 간의 대결이 펼쳐진다. 일흔이 다된 아널드 슈워제네거는 여전히 늠름한 터미네이터의 모습을 보여준다. “인체조직의 노화로 늙어 보이지만 쓸모는 있다”는 팝스의 대사는 실제 그가 하는 말처럼 들린다. 10여 분 동안 나오는 이병헌도 T-1000의 냉혹하고 강렬한 이미지를 잘 소화해냈다. 15세 이상 관람가.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