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극비수사’의 주인공 공길용(김윤석·오른쪽) 형사는 포니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이 영화에는 이 차를 비롯해 1970년대 자동차 총 20대가 동원됐다.  쇼박스 제공
영화 ‘극비수사’의 주인공 공길용(김윤석·오른쪽) 형사는 포니 자동차를 타고 다닌다. 이 영화에는 이 차를 비롯해 1970년대 자동차 총 20대가 동원됐다. 쇼박스 제공
1930년대를 재현한 영화 ‘암살’ 촬영 현장 모습. 1936년식 링컨K 세단을 앞에 놓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이 영화 제작사는 이 차를 비롯해 총 4대의 클래식카를 미국에서 직접 구입해 왔다.
1930년대를 재현한 영화 ‘암살’ 촬영 현장 모습. 1936년식 링컨K 세단을 앞에 놓고 배우들이 연기를 하고 있다. 이 영화 제작사는 이 차를 비롯해 총 4대의 클래식카를 미국에서 직접 구입해 왔다.
시대극 영화의 꽃 자동차시대극 영화에 등장하는 소품 중 가장 눈길을 끄는 물건은 바로 자동차다. 자동차는 해당 시대를 명확히 나타내고, 관객에게 그 시절 추억을 되새겨준다. 거리나 건물 등은 세트로 만들어 당시 분위기를 보여주고, 간판과 의상 등은 제작하면 되지만 자동차는 직접 구매하거나 대여해야 하기 때문에 비용과 노력이 많이 든다.

지난 18일 개봉해 흥행 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영화 ‘극비수사’는 1978년 실제 발생했던 부산 어린이 유괴사건을 재구성한 수사극이다. 이 영화는 사건을 맡은 형사(김윤석)와 사주풀이를 통해 아이가 살아있다고 확신한 도사(유해진)가 아이를 찾는 과정을 흥미진진하게 그렸다.

이 영화는 1970년대 시대상을 자연스럽게 녹여내기 위해 다양한 노력을 기울였다. 당시 느낌이 남아있는 공간을 찾아 부산, 대전, 울산, 합천 등 전국 곳곳에서 촬영을 진행했고, 극장 간판, 공중전화, 공연 포스터 등의 소품을 통해 그 시대의 맛을 잘 살려냈다.

1970년대에 나온 자동차도 총 20대가 동원됐다. 유괴범은 그라나다를 이용해 아이를 납치하고, 주인공 공길용 형사는 포드를 타고 범인을 쫓는다. 이밖에 아파트 주차장에 세워진 10여 대의 승용차와 여러 장면에서 거리를 달리는 버스와 트럭 등도 당시 운행됐던 차량으로 배치했다.

이 영화는 자동차 대여비로만 총 2억 원을 썼다. 이 영화의 제작자인 유주영 제이콘컴퍼니 대표는 “시대극을 제작할 때 가장 골치 아픈 일이 자동차를 구하는 것이다. 비용도 많이 들지만 오래된 차들은 상태가 안 좋아 촬영하다 서는 일이 많다”며 “스태프들이 모두 달려들어 밀기도 하고, 부품을 구할 수 없는 경우 나무로 깎아 대체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자동차 대여비가 많이 들다 보니 배우들도 자동차 대여 일정에 맞춰 감정을 조절해야 했다. 이 영화 연출자인 곽경택 감독은 “서울 여의도 장면은 애초 3일 동안 촬영할 계획이었지만 자동차 대여일정을 줄이기 위해 하루 반 만에 다 찍었다”며 “등장인물들의 감정이 고조되는 후반 장면도 미리 당겨서 촬영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1930년대를 재현한 영화 ‘암살’은 클래식 자동차 구매, 대여 등의 비용으로 총 4억 원이 들었다. 오는 7월 22일 개봉하는 이 영화는 1933년 중국 상하이(上海)와 경성을 배경으로 독립군과 임시정부대원, 살인청부업자 등이 친일파 암살작전을 둘러싸고, 얽히고설키는 이야기를 그렸다. ‘타짜’, ‘도둑들’을 만든 최동훈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고, 하정우, 이정재, 전지현, 오달수, 조진웅 등 충무로 톱스타들이 대거 출연했다.

이 영화에는 40여 대의 자동차가 투입됐다. 차량 추격신과 총격신 등이 많은 영화의 특성상 4대는 미국에서 사왔고, 군용트럭과 중장비 등은 직접 제작했다. 또 나머지 차량은 업체에서 대여했다. 김성민 ‘암살’ 프로듀서는 “프랭클린 D 루스벨트 대통령이 전용차로 사용했던 차종인 링컨K 세단을 비롯해 포드A, 포드T 등 총 4대의 자동차를 미국에서 사왔다”며 “4대의 운송비와 통관비 등으로 약 1억5000만 원이 들었고, 다른 차량 제작비와 대여비까지 포함해 의상비와 맞먹는 수준의 비용을 썼다”고 말했다.

미국에서 차량을 직접 사온 김남진 빕스코리아 대표는 “개인 소유의 자동차를 수소문해 찾느라 일주일 동안 뉴욕, 미주리, 일리노이 등 3000km를 다녔다”며 “차를 다 사놓고 항구에서 선적하려 하는데 항운 노조가 파업을 해 촬영일을 못 맞출까 봐 애를 태우기도 했다”고 에피소드를 소개했다.

한편 국내에는 영화와 드라마 촬영용 자동차를 대여해주는 업체가 단 한 곳뿐이다. 지난 1980년 문을 연 금호클래식카는 1925년식 영국제 스위프트를 비롯해 수입차 200여 대와 국산차 300여 대 등 총 500여 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 오병연 금호클래식카 실장은 “자동차 박물관을 열기 위해 준비하던 중 소문을 듣고 찾아온 방송사와 영화사 관계자들에게 차를 빌려주다 아예 이 사업을 하게 됐다”며 “시대물도 흐름을 타서 몰릴 때는 정신없이 바쁘지만 몇 년씩 일이 없을 때도 있다”고 설명했다.

김구철 기자 kc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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