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국회법 개정안이 본회의에 상정되더라도 표결에는 불참한다는 입장이어서 국회법 개정안 처리를 주도했던 유 원내대표 책임론은 나올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는 청와대와 친박(친박근혜)계의 노골적인 사퇴 압박에 대해 “명분이 없는 것”이라고 비판하면서 사퇴를 거부했던 유 원내대표에게 ‘명분 있는 퇴로’를 만들어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비박(비박근혜)계 한 의원은 “새누리당 당헌에는 원내대표의 경우 선출조항만 있고, 탄핵조항이나 불신임 조항이 없기 때문에 청와대와 친박계 사퇴 압박은 불합리한 측면이 있었다”면서 “그러나 자신이 처리했던 국회법 개정안이 정리되면 유 원내대표도 압박에 밀려 쫓겨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진퇴를 결정한다는 명분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유 원내대표가 국회법 개정안의 투표 불성립 직후 사퇴하지 않고 자신의 일정과 계획에 따라 경제살리기 등 민생법안 등 현안을 처리한 뒤 거취를 결정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실제로 친박계를 중심으로 유 원내대표가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추경까지 처리해야 한다는 요구도 나오고 있다.
유 원내대표가 전날 최고위원들의 집단적 사퇴 요구에도 불구하고 “의원들의 의견을 들어 총괄해 보겠다”며 스스로 거취 선택권을 쥐겠다고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것이다. 그렇지만 유 원내대표가 거취 표명을 하지 않은 채 정상적인 원내대표 일정을 소화하면서 버티기에 들어간 것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한 친박계 핵심 의원은 “7월 6일 국회법 개정안이 정리되면 유 원내대표도 분명하게 사퇴 의사를 밝혀야 할 것”이라며 “그렇지 않을 경우 당과 청와대 등 여권 전체가 엄청난 타격을 받을 수 있고 유 원내대표는 그 모든 책임을 지고 불명예 퇴진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즉 유 원내대표가 버티기 입장을 고수할 경우 친박계 최고위원 집단 사퇴 등으로 당을 사실상 마비 상태로 몰고감으로써 관련 책임을 모두 유 원내대표에게 뒤집어씌워 사퇴시킨다는 것이다.
유 원내대표가 당·청 관계가 갈등을 빚고 있는 데 대해서는 책임을 느끼지만 헌법기관인 의원이 선출한 임기제 원내대표를 청와대나 당내 정파가 사퇴시킬 수 없다는 입장에 따라 버티기 입장을 고수할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유 원내대표가 국회와 원내대표의 위상은 지킬 수 있지만 여권의 분열에 대한 책임과 박 대통령에 대한 도전에 따른 대구·경북지역 여론의 악화 등 정치적 부담이 너무 커 선택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 새누리당 한 의원은 “이번 사퇴 파문을 통해 박 대통령과 대립각을 세움으로써 일정 정도 정치적 손실을 입었지만 ‘신보수’에 이어 ‘개혁 보수’라는 이미지를 얻은 유 원내대표는 어떤 선택을 하든 실보단 득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화종 기자 hiromats@munhwa.com
관련기사
주요뉴스
이슈NOW
기사 추천
- 추천해요 0
- 좋아요 0
- 감동이에요 0
- 화나요 0
- 슬퍼요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