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강제동원 위안부 피해자인 김복동(89·사진) 할머니가 특별한 1185회 수요시위를 위해 미국 워싱턴 DC를 방문했다. 김 할머니는 오는 7월 1일 주미일본대사관 앞에서 위안부 피해자가 직접 참여하는 첫 번째 ‘워싱턴 수요시위’를 가질 예정이다.
29일 오후 김 할머니는 워싱턴 DC 인근 버지니아의 한식당에서 특파원 간담회를 했다. 이날 위안부 참상을 증언하던 김 할머니는 설움이 북받쳐 오른 듯 “친구가 엇길로 나가면 아무리 돈이 중요하더라도 그렇게 하면 안 된다. 과거의 나쁜 일을 깨끗이 해결하라고 그래야지”라고 말했다. 이어 김 할머니는 미·일 방위협력지침(가이드 라인) 개정을 통한 일본의 재무장화 움직임을 겨냥해 “전쟁을 좋아하는 일본이 이제 전쟁에 참여한다던데 절대로 그런 일이 있어서는 안 된다”면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도 그렇다. 큰 나라의 대통령이라면, 또 친구라면 아베 신조(安倍晋三)의 잘못된 길을 바로잡아 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위안부 문제에서 그동안 한쪽으로 비켜서 있던 미국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됐다. 김 할머니와 함께 방미한 윤미향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 상임대표는 “전후 미국은 위안부 참상을 조사했지만 공개된 것은 일부분”이라며 “미국 정부는 위안부 관련 문서를 모두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위안부 관련 미국의 공식 기록은 1944년 미얀마 전선에 있던 한국인 위안부를 조사했던 ‘미군 심리전팀 종군 위안부 심문보고서’ 등에 불과하다. 일본은 이 같은 상황을 토대로 위안부 강제동원 사실을 부인하고 있다.
경남 양산 출신인 김 할머니는 14세의 나이에 위안부로 끌려갔다. 중국과 홍콩, 인도네시아, 말레이시아 등지에서 일본군에게 몹쓸 고초를 겪었다. 김 할머니는 “위안부로 있으면서 일본군은 헌혈을 시켜 피까지 강제로 뽑았다”며 “그런데도 아직도 자기들이 한 짓이 아니라고 한다”고 말했다.
김 할머니는 30일 조지워싱턴대에서 학생들을 대상으로 위안부 참상을 고발한다. 7월 2일에는 미 국무부의 캐서린 러셀 글로벌여성문제 전담대사와 면담을 가질 예정이다.
워싱턴=이제교 특파원 jkle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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