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국무부는 지난 25일 ‘2014 국가별 인권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북한의 인권 상황이 ‘세계에서 최악’이라고 평가했다. 이틀 전인 23일에는 북한의 인권 상황을 조사하고 기록해 책임을 규명하겠다는 유엔인권 서울사무소가 문을 열었다. 개소식에 참석한 자이드 라드 알 후세인 유엔인권 최고대표는 “국제사회가 북한의 인권을 핵(核) 문제 이상으로 주목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국제사회가 최근 들어 북한 인권 문제를 크게 강조하는 것은, 유엔의 강한 권고에도 인권 상황이 전혀 나아지지 않기 때문이다. 북한에서는 여전히 사법 절차 없는 공개 처형을 비롯해 실종, 임의적 감금, 고문, 강제 노동, 강제 낙태 등의 인권 유린이 지속되고 있다. 나치 수용소를 연상시키는 정치범 수용소도 그대로 있다. 그뿐 아니라, 탈북자들은 지금도 잡히면 강제로 송환된다. 그 과정에서 전체의 70%가 넘는 여성 탈북자는 인신매매 및 성폭력에 고통받고 있다.
미 국무부가 발표한 인권 보고서는 지난해 2월에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최종 보고서를 폭넓게 반영한 것으로, 북한 인권 문제를 매우 상세하게 다루고 있다. 보고서는 예를 들어 북한 주민은 정권을 바꿀 능력이 없는 반면, 북한 당국은 언론과 집회·종교·이동·노동의 자유를 부정하는 등 주민들의 삶을 다양한 측면에서 엄혹하게 통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오바마 행정부 출범 이후 북한 인권 상황에 대한 미 국무부의 가장 부정적인 평가이기도 하다.
특히, 이번 보고서가 이슬람국가(IS)를 비롯해 알카에다, 보코하람 등 극단주의 테러리스트 그룹 등의 잔학 행위도 보고하면서 북한 상황을 ‘세계 최악’이라고 한 것은 의미가 크다.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IS 같은 테러 단체들이 인간을 산 채로 불태우고, 인질을 참수하고, 소녀들을 노예로 팔기도 하지만, 그래도 북한 인권을 ‘최악’이라고 손꼽은 것이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미 국무부의 인권 보고서에 대해 “병진노선의 포성 앞에 미국의 대북 고립·압살책동이 병진노선의 장엄한 포성 앞에 어떻게 산산조각 나는가를 세계가 목격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또 미국의 대북 적대정책을 짓부수기 위한 대응 조치들이 실천적 단계에서 보다 강도 높게 취해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북한은 유엔인권 서울사무소의 개소에 대해서도 민감한 반응을 보였다. 일각에서는 김정은이 인권사무소에 대한 공격을 직접 지시했다는 얘기도 나온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담화를 통해 “유엔인권사무소라는 ‘유령기구’를 조작해낸 것은 우리의 존엄과 체제에 감히 도전하는 특대형 정치적 도발행위”라고 비난하며 “초강경 대응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인권 문제가 없다는 주장에도 불구하고 북한은 국제사회의 일관된 대북 인권 메시지에 상당한 압박을 받고 있는 게 분명하다. 불안하게 이어지고 있는 김정은의 세습 통치가 치명적인 정치적 타격을 입을 확률이 높기 때문이다. 그 경우 통일의 길이 뜻밖에 마련될 수도 있다.
반인도 범죄를 일삼는 북한 당국과의 진정한 대화는 불가능하다. 인권을 무시한 대화는 반국가적이고 반통일적인 발상이기도 하다. 우리 정부나 국회도 하루바삐 미 국무부와 같은 인권보고서를 마련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보고서에는 인권은 물론 인도주의 지원을 포함한 북한과 관련된 모든 정책은 투명하고 명분이 있어야 하며, 자유민주 통일이라는 뚜렷한 목표를 앞세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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