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스에 ‘혹독한 긴축’ 요구“(그리스에 대한) 입장을 이미 정했으며, 더 덧붙일 것이 없다.”

디폴트(채무상환 불이행)에 빠진 그리스의 최대 채권국가인 독일의 앙겔라 메르켈(사진) 총리가 1일 하원 연설에서 “국민투표(5일) 이전에 그리스 협상은 없다”고 못 박으면서 알렉시스 치프라스 그리스 총리와 한 치의 양보 없이 정면충돌하고 있다. 메르켈 총리는 앞서 지난 6월 29일 “투표 후에 협상하겠다”고 밝혔던 원칙을 이날 다시 한 번 확인했다.

dpa,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메르켈 총리는 하원 연설에서 치프라스 총리가 이끄는 그리스 정부를 이례적으로 강하게 비판했다. 그는 “그리스(또는 치프라스 정부)가 자국은 제외하고 다른 모든 나라에서 불행의 희생양을 찾고 있다”고 주장했다. 메르켈 총리는 “며칠간 동요가 지속되고 있고, 많은 것이 위험에 빠질 수 있는 상황임이 분명하다”며 “세계가 지금 우리를 지켜보고 있다”는 말로 현 상황의 심각성을 지적했다.

이날 연설에서 메르켈 총리가 가장 강조한 것은 책임과 규칙이었다. 그는 유럽을 “규칙과 책임에 기초한 공동체”로 규정하면서 “유럽 공동체가 서 있는 법 규정과 책임의식을 잊으면 유로화는 실패하고 더불어 유럽도 실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그리스와 서둘러 타협하기를 원치 않는다”며 “위기를 통해 더욱 강해진 유럽, 중국·인도·남미 등 다른 나라들과 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유럽을 원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메르켈 총리는 지난 5년간 그리스 구제금융 협상 내내 그리스 정부가 막대한 부채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혹독한 긴축을 통해 건전재정을 이룩해야 한다는 원칙을 고수해왔다. 이 같은 자세로 인해, 그리스 국민들로부터 독재자 아돌프 히틀러와 동급의 인물로 취급당해왔지만 메르켈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리스 경제위기사태가 전 유로존을 뒤흔들었던 2012년 당시 한 언론 인터뷰에서 메르켈은 “유럽이 번영과 기존의 생활방식을 유지하려면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며 “버는 것보다 더 쓰는 일을 중단해야 한다”는 평소 신념을 역설하기도 했다.

하지만 독일 정계 안팎에서는 타협을 모르는 메르켈 스타일에 대한 비판도 적지 않다. 메르켈 총리와 볼프강 쇼이블레 재무장관이 치프라스와 시리자 정권 밀어내기를 노리고 있다는 것은 유럽 정가에서 더이상 비밀이 아니다. 독일 좌파당은 1일 “그리스 국민이 선출한 총리와 정부를 메르켈이 몰아내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하지만 메르켈은 이날 오후 베를린을 방문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회담 후 “그리스 국민들의 주권을 존중하지만, 다른 국가들 역시 각자 나름대로의 입장을 가지고 있다는 점도 똑같이 존중받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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