까불지 마 / 강무홍 글, 조원희 그림 / 논장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 / 아드리앵 파를랑주 글, 그림 / 박선주 옮김 / 정글짐북스


무서운 것에는 이유가 없다. 어떤 사람은 “그런 게 왜 무서워?”라고 말하지만 내 마음에 느껴지기에 무섭다면 그것은 어떻게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겁나는 대상이 버티고 있는데 용감하게 돌파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작은 벌레나 강아지가 무서워서 골목을 빠져나가지 못하는가 하면 청소기 돌아가는 소리에 숨거나 이웃집 아저씨 뒷모습만 봐도 우는 등 어린이가 느끼는 두려움의 대상은 다양하다.

그림책 ‘까불지 마’와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는 용기와 두려움에 대한 이야기다. ‘까불지 마’는 어린이책의 가장 신뢰할만한 번역자이자 작가인 강무홍님의 글에 볼로냐도서전에서 올해의 일러스트레이터로 선정된 조원희님이 그림을 그렸다.

주인공의 하굣길은 사방이 지뢰밭이다. 이빨이 날카로운 옆집 개 멍구, 피자집 고양이 룰루, 발이 많이 달린 송충이까지 빠져나갈 틈이 없다. 심약한 주인공 때문에 속이 상한 엄마는 “그럴 땐 ‘까불지 마!’하고 소리쳐야지”라고 호통을 친다. 자존심이 상한 주인공은 굳은 결심을 하고 “까불지 마!” 신공을 펼쳐보는데 생각보다 효과가 좋은 것이 아닌가. “까불지 마!”라는 한 마디에 고양이도 강아지도 달아나는 걸 보면서 어린 주인공은 용기백배 멋진 무사가 된 기분이다. 오랫동안 자신을 괴롭히던 심술꾸러기 현이와 잔소리쟁이 엄마에게도 이 마법의 주문을 외쳐보기로 결심한다. 과연 어떻게 되었을까.

‘곧 이 방으로 사자가 들어올 거야’는 올해 볼로냐도서전 라가치상 수상작이다. 간결한 판화로 직육면체 사자의 방안에서 벌어지는 공포의 밀고 당김을 다루었다. 어느 날 텅 빈 사자의 방에 호기심 많은 소년, 소녀와 개와 새떼가 차례차례 모여든다. 저마다 무시무시한 사자를 피해 몸을 숨기고 사자의 귀가 시간은 가까워진다. 하이라이트는 귀가한 사자가 빈방에서 두 손으로 눈을 가리는 장면이다. 사자도 홀로 한밤중을 버티는 일이 무서웠던 것이다.

두 권 모두 두려움의 실체를 인정하고 강요가 아닌 방식으로 독자에게 용기를 불어넣어 준다. 그림책 본연의 매력을 살린 구성도 흥미롭다. ‘까불지 마’의 앞면지에 등장하는 무서운 존재 퍼레이드를 놓치면 안 되듯이 ‘곧 이방으로…’의 마지막 뒷면지도 무척 중요하다. 용기와 두려움은 종이 한 장 차이인데 우리는 그걸 못 뒤집어서 늘 벌벌 떤다. 두 권의 책이 그 반전에 힘이 되어줄 것이다.

김지은 어린이·청소년 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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