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日보다 센 감축목표… 산업계 “경쟁력 상실”
12월 新기후체제협상서 법적구속력 여부 결정


정부는 2030년의 온실가스 배출전망치(BAU)보다 37% 감축하는 것을 핵심으로 하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지난 6월 30일 국무회의에서 확정했다. 이로써 2030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2030년 BAU인 8억5060만tCO2-e (이산화탄소 환산t) 대비 37% 감축된 5억3587만tCO2-e이다. 이는 기존에 정부가 제시했던 2020년 온실가스 감축안과 비교했을 때 목표치가 더 높아진 것이다. 지난 6월 11일 정부는 온실가스 감축 4가지 시나리오(1안 14.7%, 2안 19.2%, 3안 25.7%, 4안 31.3%)를 제시했다. 정부는 시나리오 3안인 2030년 BAU 대비 25.7% 감축안을 기본적으로 채택하고, 나머지 11.3%는 외부 배출권을 사서 상쇄하는 국제 탄소 크레디트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1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란

기업이 연간 온실가스 배출 허용량을 정한 뒤, 할당량만큼 온실가스 감축이 불가능할 경우 다른 기업으로부터 할당량을 구입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각 기업이 온실가스를 많이 감축해 허용량이 남을 경우에는 다른 기업에 판매할 수 있다. 부여받은 할당량보다 배출량을 초과하면 과징금을 물게 된다. 정부는 지난 1월부터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신성장동력을 창출하고 우리나라 저탄소 기술 개발 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환경부에 따르면 2015년 6월 말까지 배출권 거래량은 78만1038KAU이며, 거래금액은 80억3000만 원이다.

2 이번 결정의 의미는 무엇인가

이번 결정은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국제사회의 요구와 한국의 국제적 책임 등을 우선 고려하면서도 산업계에 미칠 파장을 생각한 ‘타협안’으로 분석된다. 한국은 이산화탄소 배출 세계 7위, 온실가스 누적 배출량 16위에 위치해 있다. 유엔 등 국제사회에서는 한국의 국제적 위상 등을 이유로 현재보다 진전된 감축 목표를 설정해야 한다고 압박해 왔다. 이 때문에 정부는 당초 내놨던 4가지 감축 시나리오보다 목표 수준을 상향한 것으로 풀이된다. 산업부문(제조업) 감축률은 BAU 대비 12% 수준으로 하면서 산업계의 부담을 덜어 주려고 했다. 하지만 산업계는 제조업 위주의 경제구조와 경제위기 등을 이유로 감축 부담을 더 완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3 산업계는 왜 재조정 요구했나

산업계는 정부의 이번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비현실적이며 국민경제 피해가 클 것이라는 입장이다. 국내 산업계는 세계 최고의 에너지 효율과 최신 감축 기술을 적용하고 있어 추가적인 감축 기술을 찾기 어렵고 감축 여력도 크지 않다는 주장이다. 특히 산업부문의 온실가스 감축이 이뤄지기 위해서는 제조업 수출 중심의 산업구조를 바꿔야 하지만 이를 단시간에 해결하기는 어렵다는 것도 산업계의 또 다른 주장이다. 우리나라와 같이 제조업 성장세가 이어지는 중국은 2030년 이후부터 감축하겠다고 했으며, 일본 역시 산업부문 감축률을 6.5% 수준으로 하겠다고 밝혔다. 이들 사이에서 생존 경쟁을 해야 하는 국내 산업계 입장에서는 고비용 문제로 인한 산업 경쟁력 약화가 불가피하다며 감축 목표치 재조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

4 환경단체들의 입장은

정부의 온실가스 감축 목표에 대해 환경단체들은 비판적인 입장이다. 환경운동연합 관계자는 “산업계의 책임을 국민에게 전가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실종케 했다”면서 “정부가 해외 감축분을 높게 잡았는데 이는 사실상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감축량이라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특히 환경단체들은 온실가스 배출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산업계의 감축률을 BAU 대비 12%로 정한 것은 산업계를 위한 안이라고 비난했다.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온실가스 감축안은 산업계와 환경단체 양쪽으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것이다.

5 감축 목표 상향에 따른 정부 보완대책

정부는 2014년 7월 ‘8대 에너지 신산업’ 대책을 발표했다. 지난 4월에는 ‘에너지 신산업 활성화 및 핵심기술 개발 전략’ 이행계획을 밝혔다. 정부는 올해도 4300억 원을 투입해 2014년 기준으로 선진국 대비 81%에 그친 온실가스 감축 핵심 기술 수준을 오는 2020년 93%까지 끌어올릴 방침이다. 특히 △전력거래 시장 △에너지저장시스템(ESS) △에너지 자립섬 △발전소 온배수열 활용 △전기자동차 △태양광 대여 △제로 에너지빌딩 △친환경 에너지타운 등 집중 육성 신산업 8개를 선정했다. 이 같은 에너지 신산업이 정착되면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37% 달성도 어렵지 않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화력발전을 대체할 원자력발전소를 3~4기 더 건설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 신산업이 목표한 기간 내에 상용화돼 온실가스 감축 효과를 가져오기 어렵고 원전 추가 건설도 반발에 부딪힐 가능성이 높아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6 온실가스 감축 위한 제도적 노력은

2009년 우리나라는 2020년 BAU 대비 30% 감축 목표를 발표하고 2010년 4월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한 뒤 이를 명문화했다. 또 2011년 7월에 부분·업종별 감축 목표를 결정했으며 2014년 1월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 달성을 위한 로드맵’을 마련,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법제화 등을 추진해 왔다. 산업부문에서도 2012년부터 온실가스·에너지 목표관리제(정부와 관리업체가 협의해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절약 및 이용 효율 등의 목표를 설정하고 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는 제도)를 시행했다. 2012년에 온실가스 배출권의 할당 및 거래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2015년부터 아시아 국가 최초로 전국 단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다.

7 감축 목표를 어디에, 왜 제출하나

2011년 제17차 더반 당사국총회(COP17)에서 교토(京都)의정서의 후속 체제로 선진·개발도상국이 모두 참여하는 2020년 이후 신 기후체제에 대한 협상이 시작됐다. 이에 따라 당사국들은 신 기후체제에 맞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INDC)를 유엔에 제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오는 12월 파리 당사국 총회(COP 21)에서는 2020년부터 적용될 신 기후체제 합의문을 도출한다. 이미 미국, 유럽연합(EU) 등 선진국들은 지난 3월에 INDC를 제출했으며 그 외 주요 국가들도 6월까지 제출했다. 우리나라도 국제사회 흐름에 맞춰 INDC를 6월 말 제출했다.

8 감축 목표의 법적 구속력은

정부가 이번에 제시한 안에 대한 법적 구속력 등은 COP 21에서 도출될 신 기후체제 합의문 내용에 따라 결정될 예정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미리 말하기는 어렵지만 법적 구속력이 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단순한 약속 이상의 큰 의미를 가질 것으로 본다”고 답했다. EU는 법적 구속력을 주장하고 있고, 미국은 없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2030년 감축 목표는 선진국과 개도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참여하는 새로운 국제약속으로 우리나라가 2009년 발표한 자발적 성격의 감축 목표보다 더 강화된 의미를 갖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9 향후 과정은

정부는 확정된 2030년 감축 목표를 비롯해 기후변화 적응대책, 산정 방법론 등을 담은 INDC를 6월 30일 유엔기후변화협약 사무국에 제출했다. 유엔은 당사국들이 10월 1일까지 제출한 INDC를 종합·분석한 보고서를 11월 1일까지 발간한다. 이를 바탕으로 COP 21에서 2020년부터 적용될 글로벌 신 기후체제 합의문을 도출하게 된다. 이에 따라 한국도 부문·업종·연도별 감축 목표를 구체적으로 수립해 이행해야 한다.

10 국제 탄소시장은

국제 탄소시장은 다른 나라를 대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시장 원리에 따라 사고파는 온실가스 감축 체계를 의미한다. 우리나라는 이 시장에서 사 온 국제 탄소 크레디트를 활용해 온실가스를 추가로 감축하기로 했다. 지금까지 유엔에 제출된 각국의 INDC를 분석해 보면 스위스와 리히텐슈타인도 국제 탄소 크레디트를 보조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멕시코는 아무 조건 없이 일정량을 감축한 이후 추가 감축 시에는 지역·국제 시장을 활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고서정·박정민 기자 himsg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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