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평소 입던 옷 그대로 입으면 되는 거 아니야?”라는 생각은 그만. 직장인에게 여름휴가는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새로운 경험을 할 수 있는, 1년에 한 번뿐인 기회가 아닌가요? 여행지에서 낯선 음식을 맛보듯, 평소와는 좀 ‘다른’ 의상에 도전하는 것도 색다른 재미와 추억이 됩니다.
제 여행 패션 철학도 ‘현지인처럼’입니다. (문화일보 5월 29일자 35면 참조) 여행지의 기후와 문화를 이해하고 그 자체를 즐기기 위해서인데요. 종종 다른 관광객이 저를 현지인으로 착각하고 길을 물어볼 때도 있습니다. 짜릿한 기분이 듭니다. ‘내가 현지 분위기에 완전히 녹아들었구나!’하고 말이죠.
고온다습한 휴양지로 떠나신다면, 평소에는 용기가 나지 않아 입어볼 생각조차 못했던 이국적인 프린트의 의상을 강력히 추천합니다. 열대 기후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꽃이나 과일, 나무에서 모티프를 얻은 화려한 무늬는 긴 원피스 혹은 점프슈트(상·하의가 붙어 있는 형태)로 입어도 아주 잘 어울립니다. 부끄럽지만, 점프슈트를 입은 제 뒷모습(사진)을 공개합니다. 얼마 전 태국에서의 한때입니다.
너무 과감한 프린트가 부담된다면, 눈이 시릴 정도로 채도가 높은 오렌지나 그린 컬러는 어떨까요. 휴양지 느낌이 물씬 납니다. 국내외 많은 패션 브랜드가 리조트 컬렉션이나 크루즈 컬렉션이라는 이름으로 휴양지 패션을 매년 선보이고 있으니, 그 스타일을 참고하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패션의 완성은 액세서리입니다. 햇빛을 가린다며 평소에 쓰던 야구모자를 챙기신 건 아니죠? 저라면 라피아(야자수 잎으로 만든 섬유)로 엮은 챙이 넓은 모자와 가방을 고르겠습니다. 현지뿐 아니라 국내 SPA(제조·유통 일괄형) 브랜드에서도 저렴하게 구할 수 있고, 평범한 티셔츠에 반바지 차림마저도 휴양지 패션으로 보이게 해주는 ‘화룡점정’ 아이템입니다.
휴양지에서 절대로 피해야 할 패션도 있습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똑같이 맞춰 입은 커플룩. 각자의 개성이 사라지는 건 물론이고, 그다지 조화로워 보이지도 않습니다. 또 보기에도 불편할 정도로 몸을 꽉 죄는 옷이나 굽이 높은 구두도 어울리지 않습니다. 휴양지에선 무엇이든 넉넉해지는 게 좋습니다. 마음도, 몸(옷)도.
세상 태평해 보이는 최신 리조트 룩을 차려입었어도 조급한 마음이 앞선다면 진정한 의미의 ‘휴양지 패션’으로는 실격입니다.
품이 넉넉해 몸을 구속하지 않는 옷, 발이 편한 낮은 신발, 그리고 유유자적하는 마음. 설레지 않나요? 이제, ‘여신’이 될 시간입니다.
권은주<패션칼럼니스트>패션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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