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기택 부산항만공사 사장의 국제해사기구(IMO) 사무총장 당선이라는 국가적 경사의 이면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정부의 비협조’를 공개적으로 지적했기 때문이다. 김 대표는 지난 1일 기자간담회 도중 “(임 사장의 출마에) 정부에서 ‘니까짓게 뭘 이런 걸 하나’는 식으로 아무 협조도 안 했다. 이렇게 인재를 몰라본다”고 말했다. 사실이라면 보통 문제가 아니다.

이에 유기준 해양수산부 장관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2일 임 사장과 함께 기자회견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의 중남미 순방이 큰 도움이 됐다” “협업외교의 성공적 모델” “국회 외교통상위원장 출신인 유 장관 조율 덕분” “재외공관의 주재국 접촉 능력은 ‘동방불패’” 등의 낯 뜨거운 찬사가 쏟아졌다. 진실게임으로 번질 기미를 보이자 김 대표 측이 “전임 장관 때의 일”로 해명하고, 유 장관이 “실망감이 있었다”고 유감을 표명하는 선에서 흐지부지되고 있다.

그러나 유야무야 넘길 문제가 아니다. 이번 논란은 빙산의 일각일 뿐, 대형 국제행사 유치나 국제기구 진출 등을 놓고 유사한 일이 비일비재했기 때문이다. 정부나 공식 조직이 외면하는 일을 민간이나 개인의 노력으로 성사시킨 경우가 적지 않다. 이 과정에서 협조까지는 기대도 않지만 방해라도 않았으면 좋겠다는 볼멘소리도 많았다. 그런데 막상 성공하면 자신의 공(功)이라는 사람들이 우르르 나타난다. 진짜 수고한 사람들은 뒷전으로 밀리고, 관련 공무원 등이 ‘훈장’을 무더기로 받는 경우도 있었다. 이번 논란도 김 대표가 “내가 모처에 특별히 부탁했다”는 공치사 과정에서 불거졌다.

김 대표는 상세한 내용을 밝혀야 한다. ‘IMO 사무총장 지원협의회’ 고문을 맡았던 만큼 과정을 잘 알 것이다. IMO 사무총장 경선은 지난해 9월 세키미즈 고지 현 사무총장이 연임을 포기하면서 시작됐지만 임 사장은 올 3월에 뛰어들었다. 누구를 심판하자는 것이 아니라 또 하나의 적폐를 개혁하는 일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든, 여당 차원에서든 진상을 밝히고 이런 일로 국익이 훼손되는 일이 없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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