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 곡이야?”

여름 성수기에 벌어지는 일명 ‘걸그룹 대전’을 앞두고 가요계 관계자들이 가장 많이 주고받은 질문이다. 타이틀곡의 작곡가를 묻는 것이다. 씨스타와 AOA를 시작으로 걸스데이, 에이핑크, 소녀시대로 이어지는 걸그룹 맞대결은 유명 작곡가들의 대리전이라 할 수 있다. 같은 날 쇼케이스를 갖고 활동을 시작한 씨스타와 AOA의 대결은 ‘쉐이크 잇’과‘심쿵해’를 각각 만든 이단옆차기와 용감한형제의 대결을 의미했다.

그래서 음반 제작자, 방송사 음악방송 PD, 기획사 매니저 등 업계에서 10년 이상 일한 전문가 10인(1인 2표)에게 물었다. “당신이 곡을 의뢰하고 싶은 작곡가는 누구인가?”

◇대세는 이단옆차기(5표)

설문에 참가한 10명 중 절반인 5명이 이단옆차기에게 표를 던졌다. 그들은 씨스타의 ‘기브 잇 투 미’와 ‘러빙 유’, ‘아이 스웨어’를 비롯해 걸스데이의 ‘썸씽’, 에이핑크의 ‘미스터 츄’ 등 각 걸그룹을 정상에 올려놓은 곡을 모두 만들었다. 올해도 ‘쉐이크 잇’으로 씨스타에게 각종 음원 차트 1위를 안긴 데 이어 6일 컴백하는 걸스데이의 타이틀곡도 맡았다.

컴백을 앞둔 아이돌 그룹의 소속사들은 약속이나 한 듯 이단옆차기 사무실의 문턱을 넘나든다. 씨스타의 소속사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서현주 이사는 “이단옆차기는 씨스타의 ‘쉐이크 잇’부터 정기고의 ‘너를 원해’까지 장르적 스펙트럼이 넓고, 트렌드를 잘 읽는다”며 “항상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며 그에 걸맞은 대중성도 가미한다”고 설명했다.

◇명불허전 용감한형제(3표)

2004~2008년 YG엔터테인먼트에서 빅뱅, 거미 등의 앨범에 참여하던 용감한형제는 2008년 독립하며 두각을 보이기 시작했다. 손담비의 ‘미쳤어’와 ‘토요일 밤에’를 시작으로 포미닛의 ‘이름이 뭐예요’, 씨스타의 ‘마보이’와 ‘있다 없으니까’ 등을 작곡했다. AOA는 ‘짧은 치마’, ‘단발머리’, ‘사뿐사뿐’ 등 히트곡이 모두 용감한형제의 작품이고 최근 컴백곡 ‘심쿵해’ 역시 용감한형제와 손잡고 음원 차트 1위를 차지했다.

용감한형제는 소속 작곡가들의 곡을 주로 쓰는 가요계 ‘빅3’와도 두루 협업하고 있다. YG 소속 작곡가로 일했고 FNC의 AOA뿐만 아니라, ‘보름달’로 JYP 소속 선미가 솔로 가수로 자리매김하도록 도왔다. 유순호 FNC 홍보부장은 “용감한형제는 ‘사뿐사뿐’을 만들 때 AOA 안무에 캣워크가 들어가면 좋겠다는 조언을 하는 등 곡 전체의 콘셉트를 잡고 그에 맞는 안무, 의상 등 전반적인 컨설팅을 겸하는 진정한 프로듀서”라고 말했다.

◇댄스부터 발라드까지 전천후 작곡가 김도훈(3표)

김도훈 작곡가는 조영수 작곡가와 함께 한국음원저작권협회에 가장 많은 창작곡을 등록한 작곡가로 꼽힌다. 그의 가장 큰 장점은 다양한 장르를 아우르는 스펙트럼 넓은 안목이다. SG워너비의 ‘죄와 벌’을 시작으로 백지영의 ‘잊지 말아요’와 이승기의 ‘결혼해줄래’, 휘성의 ‘가슴 시린 이야기’ 등 발라드를 비롯해 아이유의 ‘마쉬멜로우’, 정기고의 ‘썸’도 작곡했다. 최근에는 걸그룹 마마무의 제작자로 나서 ‘음오아예’를 발표하고 걸그룹 대전에 참여했다.

◇신사동호랭이(2표)와 블랙아이드필승(2표)

신사동호랭이는 트러블메이커의 ‘트러블메이커’를 비롯해 비스트의 ‘뷰티풀’과 ‘쇼크’, 에이핑크의 ‘노노노’와 ‘러브’를 만들었다. 최근 그가 작곡한 ‘위 아래’가 뒤늦게 히트하며 EXID를 스타덤에 올려놓았다. 이번 걸그룹 대전에서는 또다시 에이핑크와 손잡았다.

작곡가 최규성과 라도로 구성된 블랙아이드필승은 최근 성장세가 가장 두드러진다. 지난해 씨스타의 ‘터치 마이 바디’로 데뷔한 이들은 미쓰에이의 ‘다른 남자 말고 너’와 비스트의 ‘비가 오는 날엔’ 등을 합작했다.

이 외에도 JYP의 박진영, YG 빅뱅의 지드래곤, 엑소의 ‘늑대와 미녀’, ‘중독’ 등을 만든 SM의 켄지 등의 이름이 거론됐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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