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방송된 케이블채널 tvN ‘더 지니어스:그랜드 파이널’(더 지니어스4)은 주객이 전도됐다. 러닝 타임의 대부분을 할애한 메인매치가 아니라, 임요환-홍진호 조와 장동민-최연성 조로 구성된 4명의 데스매치가 프로그램을 지배했다. 그리고 그 대결의 주인공은 방송인 장동민이었다.
이 대결은 탈락 후보로 결정된 임요환이 데스매치 상대로 최연성을 지목하며 성사됐다. 게임 종목은 ‘전략 윷놀이’였고 두 사람은 각각 홍진호와 장동민을 러닝 메이트로 맞았다.

외견상으로는 임요환-홍진호 조가 한발 앞섰다. 한국 프로게이머 1세대로 스타크래프트의 최고수로서 라이벌전을 벌였던 두 사람이 두뇌 게임을 치르는 ‘더 지니어스4’에서 의기투합했다는 것은, 그들의 과거와 ‘더 지니어스’ 시리즈에서 보여준 활약을 기억하는 팬들에게 크게 어필했을 법하다.

하지만 게임의 양상은 사뭇 다른 방향으로 흘렀다. 두 사람의 전략은 판판이 ‘승부사’ 장동민에게 읽혔다. 한 수를 더 내다 본 장동민의 전략에 두 사람은 완패를 당했다. ‘더 지니어스3’의 우승자인 장동민의 저력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대목이었다.

이 날 네 사람이 보여준 게임의 긴장감과 쾌감은 글로 표현하기 어렵다. 백문이 불여일견, 잠깐의 시간을 할애해 방송을 찾아보는 것이 빠르고 정확하다.

여기서 경기의 승패보다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방송인 장동민의 탁월한 감각이다. 그는 ‘더 지니어스4’에서 단순히 머리만 쓰지 않는다. 각 출연진과 관계를 형성하고 각 포인트마다 웃음을 이끌어내는 것도 그의 몫이다. 그냥 머리 좋은 사람이 아니라 ‘전문 방송인’으로서 ‘더 지니어스4’에서 자신이 수행할 역할을 정확히 알고 있다는 의미다. 제작진이 장동민을 찾고, 그의 팬들이 장동민을 지지하는 이유다.

장동민은 여전히 뜨거운 아이콘이다. 그를 향한 강한 지지 만큼이나 그를 향한 반대 여론도 존재한다. 장동민과 관련된 댓글이 가장 많이 달리는 기사는 두 부류다. 장동민에 대한 기사, 혹은 MBC ‘무한도전’에 관한 기사다. 그가 ‘무한도전’의 유력한 식스맨 후보였으나 자숙의 의미로 자진 하차했기 때문이다.

4일 ‘무한도전’은 다시 뜨거워졌다. ‘무한도전’ 팬들이 가장 원하는 ‘가요제’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장동민이 받고 있었을 스포트라이트다. 하지만 이 날 장동민은 ‘더 지니어스4’를 통해 뜨거워졌다.

‘무한도전’ 관련 기사에도, ‘더 지니어스4’ 관련 기사에도 장동민의 하차를 아쉬워하는 댓글이 붙는다. 가장 아쉽고 안타까운 건 장동민 본인일지 모른다. 그러나 반성의 의미로 일생일대의 기회를 스스로 포기한 그는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고 있다. ‘더 지니어스4’는 그 활로 중 하나라 할 수 있고, 장동민은 스스로 진가를 보여줬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한다. 스타도 실수를 한다. 이를 극복하는 스타와 극복하지 못하는 스타를 가르는 기준은 하나다. 실력. 이미지로 만들어진 스타는 위기 앞에 취약하다. 이미지가 깨지면 대중의 마음을 돌릴 무언가가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래 잘 하는 가수, 연기 잘 하는 배우, 경기력 좋은 선수는 부활한다. 스스로의 가치를 드러내며 재차 대중의 인정을 받기 때문이다. 그리고 장동민은 스스로 그 가치를 증명하고 있다.

안진용 기자 realyong@munhwa.com
안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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