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학용 / 논설위원

돼지고기의 지방(비계·기름) 하면 흔히 비만 등 각종 질환을 유발하는 ‘건강의 적(敵)’이라는 생각부터 떠올린다. 웰빙 바람이 불면서 더욱 그렇다. 반면 요리연구가들은 ‘기름은 지나치게 많이 먹지 않으면 신이 내린 최고의 먹을거리’로 여긴다. 음식 문화가 발달한 프랑스나 이탈리아에선 돼지비계를 잘 정제해 만든 ‘고체 기름’이 가정 요리 필수품이기도 하다.

최근 일주일 새 ‘돼지기름’과 관련된 흥미로운 뉴스 두 꼭지를 접했다. 하나는 ‘국민 고기’ 삼겹살 값이 목살에 역전당했다는 소식이다. 사상 처음 있는 일이라고 한다. 농촌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냉장 목살의 평균 도매가격은 ㎏당 1만3642원(지난해 기준)으로 냉장 삼겹살(1만3610원)을 따돌렸다. 가격 상승 폭도 목살이 컸다. 전년 대비 삼겹살 상승률은 13.9%, 목살은 17.0%였다. 건강에 대한 염려로 비계 많은 돼지고기 부위를 기피하는 사람들이 급증하면서 목살 수요는 늘었지만 삼겹살 수요는 줄었기 때문이다. 100g당 삼겹살의 지방량은 28.4g인 반면 목살은 9.5g에 불과하다.

또 다른 하나는 ‘슈퍼 돼지의 등장’이다. 한국과 중국 공동 연구진은 유전자 ‘가위 기술’을 이용해 덩치 크고 지방이 별로 없는 ‘이중 근육 돼지’(슈퍼 돼지)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 돼지에게는 근육 성장을 막는 ‘마이오스타틴(MSTN)’이라는 유전자가 있다. 이 때문에 돼지가 먹는 사료 중 상당 부분이 근육으로 가지 않고 지방으로 쌓인다. 돼지에게 비계가 많은 건 이 때문이다. 연구팀은 이런 점에 착안해 돼지 수정란에서 MSTN을 잘라낸 뒤 어미 돼지 자궁에 다시 착상하는 방법으로 ‘고(高)단백 저(低)지방’ 돼지를 탄생시켰다. 이 기술은 다른 동물의 유전자를 끼워 넣는 유전자 변형과는 달리 기존 돼지의 유전자 하나만 절제한 방식이어서 안전성 논란도 덜한 편이다. 연구팀은 슈퍼 돼지를 식용으로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세계적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고지방 고기는 갈수록 더 외면당할 게 분명하다. 우리 축산 농가의 지속 발전을 위해서라도 삼겹살 독주에 제동이 걸린 건 바람직한 현상이다. 과잉 수요에 따른 삼겹살의 비정상 가격이 농가에 부메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 세상에 영원한 승자는 없다’는 세상사의 진리가 ‘돼지고기계(界)’에도 적용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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