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우옌 푸 쫑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이 6∼10일 미국을 방문해 7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만난다. 베트남의 실질적 최고 지도자인 공산당 서기장이 미국을 방문하는 것은 처음이다. 이번 방미는 베트남 전쟁 종전 40년을 맞아 이뤄진 것으로, ‘불구대천의 원수’였던 과거사를 뒤로하고 군사·경제적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다. 베트남은 1960년부터 종전까지 중국의 지원 아래 15년 동안 미국과 싸웠다. 그러나 이젠 미국과의 협력 속에서 중국 견제에 나서고 있다. 베트남은 중국과 남중국해 영유권 문제로 갈등을 빚으면서, 2011년 ‘미·베트남 방위협력 강화 양해각서’를 교환하는 등 미국과의 군사협력을 강화해 왔다. 그리고 미국이 주도하는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참여로 30%에 이르는 대중(對中) 경제 의존도를 낮추려 하고 있다.
한편, 한국은 지난 5일 독일 본에서의 일본의 ‘메이지 산업혁명 유산’의 유네스코 세계유산 등재를 놓고 논란을 벌이고 있다. 심지어 세계유산 등재를 막았어야 했다는 주장도 있다. 그러나 나치 독일에 의해 “강제노역에 사용했던” 촐페어라인 탄광이 2001년 등재된 사례로 미루어, ‘강제노역’이 명시된다면 등재를 막을 명분은 약하다. 또 외교에선 ‘완벽한 승리’보단 ‘반쪽 승리’가 필요할 때도 있다. 완벽한 승리는 더 이상의 협상을 불가능하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외교를 너무 잘해서(?), 일본의 세계유산 등재를 막았다고 가정해 보자. 아마 한·일 양국 관계는 완전히 결단 났을 것이다. 강제노역의 주체가 교묘히 회피되고, 달리 해석될 소지가 있는 등, 아쉬운 점이 없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수많은 한국인과 다른 나라 사람들이 본인의 의사에 반해 동원되고 가혹한 조건에서 노동을 강제당했다(forced to work)”고 국제사회 앞에서 일본 정부가 천명하도록 강제됐다(forced to state)는 것은 나름대로 외교적 성과임이 분명하다.
일부에서는 미·중 간의 균형외교를 주장한다. 그러나 지정학의 기본은 먼 곳의 강대국과의 동맹으로 이웃한 강대국을 견제하고, 주변 국가 사이에서의 세력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다. 영국이 미국과 동맹을 기본으로, 제2차 세계대전에서는 소련과 연합하여 독일과 싸우고, 냉전 시기에는 독일과 연합하여 소련에 맞섰던 것이 대표적 예다. 즉, 우리는 미국과의 동맹을 기본으로, 동북아에서 중·일 간의 세력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 최근 일본의 재무장화 움직임은 힘의 상대적 약화에 따른 위기감의 발로다. 현재 동북아 균형을 무너뜨리고 있는 것은 중국의 급성장이지, 일본의 팽창이 아니란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본에 ‘진정성’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심지어 이들은 마음도 원한다.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주장을 하는 사람일수록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를 ‘악당’으로 여긴다는 점이다. 결국 이것은 불가능한 것을 달라는 것으로, 아베 총리의 일본과는 관계를 갖지 말자는 주장과 다를 바 없다. 일본과 ‘가치동맹’을 맺자는 것도 아니다. 어차피 일본도 우리를 더 이상 가치동맹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익동맹’ 대상으로서의 일본의 위상은 대단히 중요하다. 외교를 감정으로 풀어선 곤란하다.
sjhwang@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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