① ‘대주주’ 삼성화재·삼성SDI 임원 신상 확인
② 회사·임원상대 소송가능한 지분 1%씩 매입
③ ‘찬성 탓 주주이익 침해’… ISD 提訴 가능성

外人지분 많은 삼성전자·현대차 등도‘헤지펀드 경계령’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저지를 선언한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엘리엇)가 이미 주주총회(17일) 이후 ‘액션 플랜’을 가동한 것으로 전해졌다.

삼성의 지배구조를 꿰뚫고 있는 엘리엇이 삼성물산 지분이 많은 계열사인 삼성화재와 삼성SDI 소속 이사들의 신상정보와 이들에 대한 소송요건을 위한 지분(1%) 확보를 순차적으로 진행한 것은 합병안이 가결될 경우 다음 공격 시나리오를 예고한 것으로 분석된다.

주총 패배 이후 투자자·국가소송(ISD)을 제기하거나 이를 계속 ‘엄포용’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배구조의 약점과 경영권 방어 장치가 없는 국내 법체계가 고스란히 노출되면서 외국인 지분이 높은 삼성전자와 현대차 등 국내 기업에 대한 ‘헤지펀드 경계령’도 확산되고 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한 컨설팅업체와 계약을 통해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해서 자문을 해온 엘리엇은 5월에 주총 이후 타깃으로 삼은 삼성화재와 삼성SDI 임원 등 총 22명에 대한 신상정보를 신용정보회사로부터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엘리엇은 이어 삼성SDI와 삼성화재 지분을 각각 1%씩 확보했다. 상법상 지분 1%를 확보해 두 회사 이사들과 회사를 상대로 한 법적 요건을 갖췄다. 주총에서 합병안에 찬성표를 던질 것으로 예상되는 두 회사의 이사들이 주주 이익을 침해했다는 명목으로 소송을 당할 가능성이 높은 것이다.

ISD도 주총 이후 엘리엇의 반격카드로 꼽히고 있다. 다만 법조계 일각에서는 엘리엇이 현행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비율(1:0.35)이 국내법에 따라 정해졌다는 것을 알고 주식을 매입했을 경우, 소송요건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시각도 있다. 따라서 주총 패배 이후 ‘엄포용 꽃놀이패’로만 활용할 것이란 분석도 있다.

‘헤지펀드 경계령’은 재계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영국계 헤지펀드 헤르메스가 지난 3일 삼성정밀화학 지분 5.02%를 사들였고, 앞서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털도 삼성물산 지분 2.2%를 매입한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헤지펀드들의 최근 움직임을 보면 단순히 삼성그룹만 겨냥한 게 아니고, 서로가 ‘작전’을 펴고 있다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면서 “기업들의 경영권 방어 수단을 도입하는 제도적 조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방승배·장병철 기자 bsb@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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