묘한 시기 ‘사마천 한국견문록’ 펴낸 이석연 前 법제처장

“사마천의 ‘사기’에 담긴 사상의 원칙을 한 글자로 요약하라면 ‘직(直)’이라고 말하고 싶어요. 열 개의 눈으로 숨어있는 것을 바르게 본다는 뜻을 지닌 ‘직’은 만물의 변화 이치를 꿰뚫어 볼 수 있는 시선을 은유하는 겁니다.”

최근 ‘사마천 한국견문록’(까만양)을 펴낸 이석연(61·사진) 전 법제처장은 “오래전부터 사마천이 한국사회를 본다면 어떻게 기록했을까에 관심을 가지고 우리 현실을 보았고, ‘사기’의 내용을 반추해왔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바르지 못한 것이 바른 것처럼 위장하고 있어 혼란이 가중되고 있는 것이 작금의 현실”이라며 “바른 것을 바르다 하고, 그른 것을 그르다 하는 일격의 정신이 지금 우리에게 요구되는 삶의 자세”라고 했다.

이 전 처장은 책에서 ‘사기’의 예화를 통해 세월호 사건, 존경받는 원로가 없는 현실, 곡학아세하는 지식인, 직언이 없는 정치 등에 대해 거침없이 비판을 가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직언도 아끼지 않는다. “대통령이 어떤 사람인지를 판단하려면 그가 기용한 사람이 누구인지 살펴보면 알 수 있습니다. 인사 문제의 8할은 지도자의 탓에 기인한다 해도 무리가 없습니다.”

이 전 처장의 ‘사마천’과 인연은 고교 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는 대입 검정고시 합격 이후 대학 진학을 잠시 미루고 김제 금산사에 들어가 2년 가까이 동서양 고전 400여 권을 탐독했다. 이 중에서 자신에게 가장 많은 영향을 끼친 책은 단연 ‘사기’였다. 2009년에는 사마천의 고향 중국 산시(陝西)성 한청(韓城)시에 있는 ‘중국사마천학회’ 정회원으로 임명됐고, 지난 3월 설립된 사단법인 ‘한국사마천학회’의 초대 이사장도 맡았다.

그는 “절대 권력 앞에서 바른말을 한 죄로 궁형에 처해지는 치욕과 수모를 겪으면서도 ‘사기’를 집필한 인생역정이 청년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를 매료시킨다”고 했다. 이어 “공정함과 정의가 정립되고, 묵묵히 일하는 사람과 뚜벅뚜벅 걷는 대다수 사람이 제대로 평가받고 대접받는 한국사회가 되는 데 책이 조금이나마 도움이 됐으면 한다”고 했다.

23회 행정고시와 27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이 전 처장은 14년간 법제처, 헌법재판소 등 공직에 몸담았다. 이후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며 ‘공익소송의 대부’라는 별명을 얻었고, 2008년부터 2년여간 법제처장을 역임했다. 현재 ‘법무법인 서울’의 대표 변호사로 있다.

유민환 기자 yoogiza@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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