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욱 / 고려대 교수·북한학, 前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숙청(肅淸)의 먹구름이 평양을 뒤덮고 있다. 현영철 인민무력부장 숙청설 이후 북한의 내부 불안이 계속되고 있다. 공식적으로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김정은 정권의 핵심 성골인 최룡해마저 숙청될 뻔했다는 설도 있다. 심지어 남북 군사회담에 참가했던 군 고위층이나 보위부 등 권력기관에서조차 탈북자가 발생한다는 보도도 나왔다. 정부 관련 기관은 ‘입국’을 부인하거나 구체적인 사실 확인을 거부하고 있지만, 북한 중간간부층의 동요가 예사롭지 않을 것임은 분명하다.

잇단 숙청과 처형에다 심각한 가뭄까지 겹쳤다. 김정일이 아들을 위해 마련한 호위무사 이영호 총참모장이 7개월 만에 축출되면서 토사구팽(兎死狗烹)은 일부 예견됐다. 집권 2년 차에 고모부 장성택을 전격 처형하면서 ‘가신그룹’의 구조조정이 완결된 것으로 보였다. 사회주의 권력의 2인자는 없다는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었다. 그러나 피의 숙청은 끝나지 않은 진행형이다. 김정은의 숙청 통치는 다음과 같은 함의가 있다.

우선, 김정은의 통치가 안정을 찾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사회주의 정권 사상 초유의 3대 세습이 이뤄지면서 젊은 지도자의 조악한 통치가 연착륙하는 데 진통을 겪고 있다. 선대와 달리 노회하지 못한 권력의 칼날이 좌충우돌하고 있다. 특히, 권력 측근들을 갑자기 마음속으로 딴마음을 먹었다는 양봉음위(陽奉陰違)의 죄목으로 단두대에 올리는 행태는 엽기적이다. 젊은 통치자의 입장에서 단기적으로 권력층을 교체함으로써 기성 권력들을 긴장시키고 충성 경쟁을 유도하는 것은 불가피할 것이다.

다음은, 권력 교체의 과도기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임을 암시한다. 필자는 2011년 겨울 국가안보전략연구소장 시절 김정일의 영결식을 지켜보면서 김정은의 통치가 최소한 5년은 이상 없이 지속될 것이라고 판단했다. 현재 유감스럽게 이러한 판단은 현실이 돼가고 있다. 30대 초반의 독재자는 5년의 집권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숙청의 후유증을 경험할 수밖에 없다. 따라서 권력의 동요는 지속될 수밖에 없다.

마지막으로, 우리의 전략적 대응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과연 김정은 체제가 우리가 관측하는 대로 권력 불안정을 극복하지 못하고 주저앉을 것인지는 현재까지 미지수다. 본질적으로 사회주의는 잔인하다. 하나의 이념을 고수하기 위해선 공포정치가 필수적이다. 소련의 비밀정보국(KGB)을 이끌었던 총수 라브렌티 베리야는 권력의 냉혹함을 리얼하게 보여줬다. 그렇다고 권력층의 저항은 쉽지 않았다. 독재자에게 총구를 들이대는 건 화약을 지고 불구덩이에 뛰어드는 것이다. 숙청이 권력 붕괴로 이어지기 위해서는 중간단계가 필요하다. 현재 평양 내부에 빨간불이 들어왔는지는 불확실하다.

한편, 자극적 언론 보도는 북한의 체제 단속을 강화해 핵심부의 탈북을 어렵게 만드는 부작용도 있다. 과거 로널드 레이건 행정부 당시 모스크바의 권력층과 시민들을 움직이게 한 것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은밀하고 조용한 공작이었다. 배후에서 크렘린의 와해 공작을 전개했으나 언론에는 한 줄도 보도되지 않았다. 평양 내부를 실시간으로 중계방송하는 방식의 심리전은 한계가 있다. 상대가 인지하지 못하도록 로키(low key) 전략이 필요하다. 주기적으로 칼춤을 추는 무소불위의 지도자와 상대하기 위해서는 고도의 음지 전략이 필요하다. 평양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작업이 체계적이고 공작적으로 진행되게 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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