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베이징(北京)시 루거우차오(蘆溝橋·노구교) 인근의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서는 ‘위대한 승리, 역사적 공헌’을 주제로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 개막식이 열렸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지난해처럼 공식 행사에서의 직접 연설을 통해 일본을 강력하게 비난하지는 않았지만 최고지도부와 함께 이곳을 찾아 “역사를 기억하는 것은 미래를 열어가기 위한 것”이라면서 “역사를 망각하는 것은 배반”이라고 말했다.

개막식이 열린 날은 78년 전인 1937년 노구교 부근에서 훈련하던 일본군 실종을 계기로 일본이 중국을 공격해 중일전쟁의 기폭제가 된 ‘노구교 사건’이 발생한 날로 일명 ‘7·7사변’이라고 불린다. 이날에 맞춰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은 과거 일제의 침략 과정에서 일제가 저지른 만행과 항일전쟁의 모습을 담은 1170점의 사진과 2834건의 문헌 및 자료를 전시했다. 신화(新華)통신과 CCTV 등 중국 언론들은 전시회에서 공개되는 새로운 사진 등의 자료들을 보도했다.

이로써 중국 당국은 항일전쟁 및 세계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 행사의 공식적인 막을 올리고 9월 3일 베이징 톈안먼(天安門) 광장에서 열리게 될 열병식까지 각종 행사 일정에 공식 돌입했다. 중국에서는 10편의 영화가 상영되고 ‘동북항일연군’을 비롯한 12편의 항전 드라마와 20편의 다큐멘터리가 방영된다. 시내 대형 서점에는 벌써 제2차 대전 관련 서적들을 모아 놓은 특별 코너가 마련됐으며 8월에는 일본군 전범들이 스스로 범죄를 고백한 자백서도 출판될 예정이다. 중국은 8~9월 전 세계 150여 개국과 유엔 본부 등에서 ‘평화를 위한 기념’을 주제로 항일전쟁과 제2차 대전 승리, 유엔 창설 70주년을 기념하는 전시회를 여는 등 전 세계적으로 역사 알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 같은 중국의 적극적인 기념 활동을 보면서 자연스럽게 오는 8월15일로 다가온 대한민국의 광복 70주년이 떠오른다. 광복 70주년을 맞은 한국도 과거 70년을 되돌아보고 역사가 주는 교훈을 되새기고 미래로 나아가야 한다. 역사를 공유한 이웃국가가 역사를 되새기는 행사에 초청하고 여기에 참석하는 것은 어색하지 않다. 중국은 또 상하이(上海)와 충칭(重慶) 대한민국 임시정부를 비롯해 많은 항일 열사들의 흔적이 남아 있는 곳이다. 9월 3일 열병식 행사에 박근혜 대통령을 초청한 중국 당국이 참석을 가장 많이 기대하고 있는 이유도 그런 데 있다. 미국 등 서방 국가들과 한국이 다른 점이기도 하다.

박세영 특파원 go@munhwa.com
박세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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