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정쩡한 ‘샌드위치’ 처지서
결국 당·청 화합의 길 택해
朴과 신뢰 회복 여부 주목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는 비주류 지도부 내에서 말이 잘 통했던 유승민 전 원내대표의 손을 놓고 박근혜 대통령과 손을 잡는 쪽을 택했다. 당·청 화합이라는 대의를 명분으로 내세웠지만 자신의 향후 정치행로를 감안, 권력의 눈치를 살핀 선택이었다는 평가도 나온다.

김 대표와 박 대통령 및 친박(친박근혜)계와의 향후 관계 설정에 대해서는 다소 상반된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비박(비박근혜)계 대권 후보로만 표현됐던 김 대표가 이번에 대통령의 뜻을 따르는 해결사 능력을 보여줌으로써 친박계 다수로부터 인정을 받는 계기를 맞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다른 한편으로는 유 전 원내대표의 퇴진 이후 김 대표가 친박계의 견제에 직접 노출되게 됐다는 평가도 여전히 나오는 상황이다.

9일 여권에 따르면 유 전 원내대표를 자신의 손으로 끌어내려야 했던 김 대표는 의원총회의 결의가 있던 날 오후 내내 침통한 표정 속에 침묵에 잠긴 시간이 많았다고 한다. 8일 저녁에는 올림픽 메달리스트들과의 비공식 만찬 일정만 소화했을 뿐 한 측근의 생일 축하 자리도 “술 마실 기분이 아니다”며 사양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김 대표는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건과 관련, 당 소속 의원들의 발언 자제를 당부했다. 최고위원회의에서 “유종의 미를 거두기 위해선 또 한 번 절제하도록 협조를 구한다”면서 “우리에게 필요한 건 이 문제에 대한 묵언이다. 애당심으로 협조해 주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 문제를 놓고 당내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과 이견이 여전한 상황에서 당의 화합을 위해 돌출적인 발언이나 행동은 용납하지 않겠다는 경고메시지를 던지면서 ‘입단속’에 나선 것으로 해석된다.

김 대표는 이로써 박 대통령과의 신뢰 관계를 상당히 회복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여권 일각에서는 앞으로 청와대가 중요한 현안을 놓고 김 대표와 직접 협의하는 일이 잦아질 것이라고 전망하는 분위기다.

여권의 한 핵심 관계자는 “박 대통령은 김 대표가 당내 갈등과 분열을 조기에 진압하려고 노력했고, 특히 거취 논란 막바지에 리드를 잘한 점을 높게 살 것”이라고 말했다. 여권 내부에선 김 대표가 유 전 원내대표의 사퇴를 주도적으로 추진한 것은 박 대통령이 김 대표에게 신뢰의 메시지를 전달한 데 대한 화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이와 관련, 정치권에선 지난 4월 박 대통령이 중남미 순방을 떠나기 직전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사퇴 건으로 김 대표를 독대한 자리에서 ‘김 대표는 저와 계속 같이 가실 분 아니냐’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는 이야기가 돌고 있다.

김만용 기자 mykim@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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