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 과정 중에 ‘심리 치료’
법원, 의료기관 등과 연계해
피고인 재사회화 돕자는 취지
치료 수강명령도 4년새 급증


지난 2일 오전 10시 서울고법 321호 법정에 말쑥한 정장 차림의 남성이 변호인과 함께 방청석 출입문을 통해 들어와 피고인석에 앉았다. 지난해 7월 부인을 살해하려 했다가 미수에 그친 혐의로 서울북부지법에서 징역 4년을 선고받은 이모(63) 씨였다. 이 사건의 세 번째 항소심 재판이 이날 열렸다.

항소심 재판을 맡은 서울고법 형사5부 김상준 부장판사는 이 씨에게 “치료는 잘 받고 있나”고 물었다. 이 씨와 변호인, 재판부는 치료 과정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재판을 시작했다. 재판정에는 이 씨의 아내도 참석했다. 김 판사는 이 씨의 아내를 재판부 쪽으로 부른 뒤 “남편이 많이 달라진 것 같은가”라고 물었다. 부인은 대답 대신 “앞으로 내가 더 잘하겠다”고 말했다. 1심 재판 때만 해도 자신을 살해하려 한 남편을 용서할 수 없고, 이혼할 것이라고 주장했던 부인이었다. 이 씨는 “말로만 사과하면 뭐하겠느냐”며 “살면서 얼음이 녹듯이 조금씩 조금씩 행복한 가정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이 씨는 선고 전 조건부 보석으로 풀려나 치료감호소에 있는 피고인이다. 대다수의 경우 재판이 끝난 뒤 형이 선고되고 치료감호 및 치료강의 수강 등이 부과되지만, 이번 재판부는 이 씨에게 항소심 과정에서 치료 과정을 살펴보고, 효과가 있을 때 선고형에 해당 내용을 반영하겠다고 결정했다. 김 판사는 “이 씨는 알코올의존증 및 우울증 등을 겪고 있는 사람으로, 아내를 우발적으로 살해하려 했지만 법원에서 도움을 줄 경우 그와 그 가족의 삶이 달라질 수도 있겠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치료 사법(司法)’ 개념이 법원에서 활성화되는 추세다. 법원이 의료·사회복지기관 등과 연계해 피고인의 재사회화를 도울 수 있도록 한다는 취지다. 지난달 특수강도미수 혐의로 기소된 김모(36) 씨도 항소심 재판 과정 중에 치료감호소에서 심리치료와 직업교육 등을 병행해 받아 좋은 결과를 냈다. 가족도 손을 내밀지 않아 징역을 살고 나오더라도 갈 곳이 없어 재범 위험성이 높았으나, 치료와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가게’에 취직할 수 있게 됐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심인 징역 1년6월의 실형 대신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선고와 함께 치료 수강명령을 내리는 사례도 증가하고 있다. 9일 법무부에 따르면 2014년 수강명령 대상자는 2만5484명으로 2010년(1만9781명)보다 크게 증가했다. 지난해 법무부에서 직접 운영하는 수강집행센터 집행건수도 6356건에 달한다. 법무부 관계자는 “치료 프로그램을 지속해서 개발하고 있다”며 “성폭력, 가정폭력, 알코올 분야 등 주요 분야에서는 전문 치료 프로그램을 마련해 직접 집행하는 센터를 더욱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후연 기자 leewho@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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