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가 2015년 예산안에서 복지비용을 대폭 삭감하자, 8일 런던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삭감을 멈춰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반긴축 시위를 하고 있다.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정부가 2015년 예산안에서 복지비용을 대폭 삭감하자, 8일 런던 의사당 앞에서 시민들이 ‘삭감을 멈춰라’는 문구가 적힌 현수막을 들고 반긴축 시위를 하고 있다.
근로자 주택수당 4년 동결… 저소득층 학생 지원금은 대출 전환…① 높은 세금 → 낮은 세금으로
② 많은 복지 → 적은 복지 전환
③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인상

캐머런 ‘경제 안보’ 승부수


“그리스에서 벌어지고 있는 위기를 봐라. 나라가 빚을 통제하지 못하면, 빚이 나라를 통제하게 된다.”

영국 보수당 정부가 8일 복지 비용을 대폭 삭감한 2015년 예산안을 공개했다. 조지 오즈번 재무장관은 이날 하원 연설에서 그리스 경제위기를 예로 든 뒤 “영국은 아직도 너무 많이 쓰고, 너무 많은 돈을 꾸고 있다”면서 “이번 예산은 경제안보를 제1순위에 둔 것”이라고 말했다.

또 “향후 5년 동안 영국을 낮은 임금, 높은 세금, 많은 복지 국가에서 높은 임금, 낮은 세금, 적은 복지 국가로 바꾸기 위한 예산”이라고 성명했다.

1996년 이래 19년 만에 보수당 단독으로 의회에 제출한 이번 예산안의 핵심은 연간 120억 파운드(약 21조200억 원)의 복지 지출 삭감. 저소득층 가정 출신 학생에게 주던 지원금을 2016/2017년도부터 대출제로 바꾸고, 21세 미만에 지급하던 주택 지원금도 삭제된다. 근로자들에게 지급되던 주택수당, 세금환급액 등도 4년간 동결된다. 오즈번 장관은 향후 5년간 복지 지출 삭감뿐 아니라 탈세 근절, 정부 부처 예산 축소 등을 통해 총 370억 파운드를 절약하겠다고 밝혔다.

소득세 면제를 받는 최저 연봉의 상한선 역시 내년부터 1만1000파운드로 강화됐다. 반면 현재 20%인 법인세율은 2017년 19%, 2020년 18%로 단계적으로 낮아지고, 100만 파운드 이상 상속금에 대한 세금이 인상된다. 복지예산은 삭감됐지만 국방예산은 국민총생산(GDP)의 2% 수준으로 유지된다.

오즈번 장관은 이날 연설 말미에서, 복지를 줄이는 대신 임금은 대폭 늘리겠다고 밝혀 의원들을 깜짝 놀라게 만들었다. 내년 4월부터 25세 이상 근로자의 최저임금을 7.2파운드로 늘리고, 2020년까지 시간당 9파운드(1만5742원)로 늘리겠다는 것이다. 현재 영국의 21세 이상 근로자 최저임금은 6.5파운드이다. 시간당 9파운드의 최저임금은 지난 5월 총선 때 야당인 노동당이 2020년까지 8파운드로 올리겠다고 했던 공약보다 더 높은 금액이다.

BBC 등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약 600만 명의 근로자가 혜택을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한마디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일한 만큼의 대가를 보장해 주는 대신, 일하지 않는 사람에게는 혜택을 주지 않는다”는 것이 데이비드 캐머런 총리가 이끄는 현 보수당 정부의 정책인 것이다.

캐머런 총리는 예산안 발표를 앞두고 최근 “최저임금을 받고 일하는 사람들이 번 돈을 세금으로 내고, 정부는 다시 이 돈을 이들에게 더 많은 복지와 함께 돌려주는 ‘터무니없는 회전목마’를 끝내겠다”고 말한 바 있다.

노동당의 해리엇 하먼 당수는 8일 의회 연설에서 정부 예산안에 대해 “근로자들을 더 열악하게 만든다”며 반대 목소리를 높였다.

오애리 선임기자 aer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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