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SM7 차량이 외제 스포카인 람보르기니 차량을 뒤에서 추돌한 것처럼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현장(왼쪽). 이들 일당은 차량 수리비 9900만 원을 가로채려다 보험회사 조사로 고의 사고 사실이 밝혀졌고 2명은 구속, 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오른쪽은 4차례에 걸쳐 고의로 자동차에 부딪혀 380여 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가 지난 6월 덜미가 잡힌 정모(빨간 원 안) 씨의 사건 현장 모습.
지난 3월 경남 거제시 고현동에서 SM7 차량이 외제 스포카인 람보르기니 차량을 뒤에서 추돌한 것처럼 일부러 교통사고를 낸 현장(왼쪽). 이들 일당은 차량 수리비 9900만 원을 가로채려다 보험회사 조사로 고의 사고 사실이 밝혀졌고 2명은 구속, 3명은 불구속 입건됐다.오른쪽은 4차례에 걸쳐 고의로 자동차에 부딪혀 380여 만원의 보험금을 챙겼다가 지난 6월 덜미가 잡힌 정모(빨간 원 안) 씨의 사건 현장 모습.
보험사기 절반이 車사고 관련… 피해 주의보옆차선 車 깜빡이 켜고 들어오면
오히려 가속·돌진해 측면 부딪쳐
진로변경 사기가 32.5%로 ‘최다’

고액 노려 수입차 타고 돌연 멈춰
후미추돌 유도, 18.6%로 뒤이어

보험사기 금액 2년새 271억 증가
혐의자 4명 중 3명이 20代·30代
정비업자와 짜고 수리비 뻥튀기도


A 씨는 지난해 9월 차선을 변경하려다 사고가 났다. 분명 속도를 줄이고 방향 지시등을 켠 뒤 차선을 변경했지만, 뒤에 따라오던 택시와 부딪히게 된 것이다. 이 사고로 A 씨는 택시기사 B 씨에게 합의금과 수리비 등을 지급했다. 그런데 이 사고는 나중에 알고 보니 B 씨가 보험금을 타내기 위해 고의적으로 낸 사건이었다. 법인 택시를 모는 B 씨는 지난 2011년 9월부터 3년 동안 차선변경 중인 차를 일부러 골라 속도를 줄이지 않고 오히려 가속해 사이드미러나 범퍼 등의 접촉사고를 고의로 내왔다. B 씨는 30차례나 고의사고를 내고 합의금이나 미수선수리비(차량을 수리하지 않고 수리비, 부품교체비용 등을 추정해 수리비 명목으로 지급받는 것) 등을 받아내는 수법으로 약 5600만 원의 보험금을 가로챘다.

A 씨처럼 운전 중 방향지시등을 켜고 차선을 변경했음에도 뒤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아 접촉사고가 났다면 차 보험 사기를 의심해야 한다. 자동차 보험사기 10건 중 3건이 진로변경 중에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자동차 보험사기 금액이 처음으로 3000억 원을 넘는 등 차 보험 사기가 급증하고 있어 소비자들의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해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2008건의 자동차 보험사기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자동차보험 사기 적발금액은 3008억 원으로 전체보험사기 적발금액 5997억 원의 50.2%를 차지했다. 자동차 보험사기 적발액은 2012년 2737억 원에서 2013년 2821억 원, 2014년 3008억 원으로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금감원의 자동차 보험사기를 유형별로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사고 유형의 32.5%(653건)가 진로변경이었다. 앞서 살펴본 A 씨 예처럼 차선변경 중인 차를 대상으로 속도를 줄이지 않고 가속해 고의로 접촉사고를 내는 수법이다.

이어 후미추돌 18.6%(374건), 보행자사고 12.7%(255건), 법규위반 10.6%(213건), 후진사고 10.1%(203건) 등의 순이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상대방의 과실비율이 높은 차량이나 교통법규 위반차량을 골라 고의 추돌하는 경우가 보험사기 유형 중 가장 많다”면서 “상대 차량이 안전거리가 충분하지 않은 채 차선을 변경할 경우 속도를 가속해 고의 충돌하거나, 뒤따라 오는 차량의 안전거리가 확보되지 않았다는 점을 이용해 급정거를 하는 방식으로 후미추돌을 유도하는 식이다”고 설명했다.

적발된 자동차 보험사기 혐의자는 426명으로 건당 4.8명이었다. 혐의자들은 친구, 동종업 종사자, 가족 등 다수의 지인과 역할을 분담하는 식으로 사전에 공모한 것으로 드러났다. 피해차량에 여러 명이 탑승하거나 사기혐의를 받지 않기 위해 교대로 피해자, 동승자 등으로 역할을 분담해 여러 건의 고의사고를 냈다.

사기혐의자 중 78.4%는 20~30대였으며 남성이 88.7%로 20~30대 남성이 압도적인 비율을 차지한 것도 눈길을 끈다. 서류상으로만 입원하고 보험금을 타내는 이른바 일명 나이롱환자 보험사기가 대부분 40대 이상(91.9%), 여성(67.6%)인 점과 대조를 이뤘다.

지역별로 보면 수도권(53.9%)과 광역시(29.2%) 등 교통량이 많은 곳이 대부분을 차지했다. 수도권과 광역시에는 진로변경 차량 대상 사고가 많았고, 교통량이 상대적으로 적은 지방 시·도는 후미추돌 사고가 가장 많았다.

자동차 유형별로는 국산차 63.6%, 외제차 16.9%, 이륜차 13.8% 순이었다. 외제차는 이용도가 낮지만, 보험금 중 미수선수리비가 차지하는 비중이 82.6%로 매우 높았다. 고액의 렌트비 지급 부담이 발생함에 따라 미수선수리비도 높게 책정되기 때문이다.

사기범들은 대부분 가벼운 사고를 유발한 후 실제 입원치료나 차량수리 대신 합의금 및 미수선수리비 명목으로 현금을 받아갔다. 입원치료 시에도 1∼2일간 형식적으로 입원하면서 합의금을 요구하거나, 차량수리 시에도 정비업자와 짜고 수리비를 부풀려 청구했다. 적발건의 대인보험금 중 합의금이 67.5%, 대물보험금 중 미수선수리비가 57.3%를 차지했다.

이에 이준호 금감원 보험조사국장은 “보험 사기범은 많은 보험금을 받기 위해 과실비율이 높은 법규위반, 후진, 끼어들기, 안전거리 미확보 차량 등을 대상으로 고의사고를 유발한다”며 “보험사기의 피해자가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교통법규를 철저히 준수하고, 안전거리 확보 등 방어운전을 생활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감원은 자동차 보험사기 예방을 위해 보험회사 조사인력의 전문성을 제고하고, 금감원 보험사기인지시스템(IFAS)의 분석기능도 강화하기로 했다. 금감원은 소비자들이 고의의 교통사고 유발 등 보험사기가 의심되는 경우 보험회사 직원에게 블랙박스 영상 제공 및 정확한 사고경위 등을 설명하고 조사를 요청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고 조언했다. 또 신호대기와 서행 중 경미한 차 사고가 났는데 상대방이 입원치료 등을 이유로 합의금을 요구할 경우에는 경찰에 교통사고 상해 판별 프로그램 ‘마디모’도 신청이 가능하다.

박정경 기자 verite@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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